최근 수많은 거짓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허언’의 중심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이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약속을 뒤집었다. 공약은 공약일 뿐, 실천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논리를 이미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은 여러 번 반복해 온 점이다.

다수의 청년들이 고통 받고 있는 대학 등록금 문제가 그렇다.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을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대선 캠프 산하에 등록금 절반 위원회를 구성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이들은 ‘실제 등록금을 절반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절반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매달 수십만 원의 학자금 융자 빚을 갚고 있는 한 청년 유니온 조합원의 심리적 부담감이 정말 절반으로 줄었나.

거짓말들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세상에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청년들을 더 허탈하게 하는 것은 그 변명이 유치함을 넘어 심각하게 부실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변명을 듣고 있노라면 분노보다는 헛웃음밖에 안 나올 뿐이다.

사실 이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이 뒤집어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일자리 30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투표율이 낮은 세대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청년 실업의 고통을 해소하고자 이 대통령에게 표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일자리 창출 규모는 전임 정부 때보다 훨씬 줄어들었고 청년 실업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대선 운동 기간에 TV에 나와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한 청년이 문득 생각나곤 한다. 그는 청년 실업 문제를 거론하며 ‘제발 살려주이소’라고 말했다. 물론 그 청년의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선이 되자 이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눈높이를 낮춰라’, ‘힘든 일을 피하지 말고 야망을 가져라’.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TV에 직접 나와 본인에 대한 지지 연설을 했던 그 청년에게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지금도 ‘제발 살려달라’고 밝힌 청년들에게 같은 말을 할 것인가.

이처럼 청년 실업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정부는 앞서 언급한 수많은 거짓말을 회피하기 위한 부실한 변명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인들이 더 당당한 자세로 훈계하고 꾸짖는다. ‘눈높이를 낮춰라’, ‘힘든 일을 피하지 말고 야망을 가져라’고.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왜 그럴까. 그들은 왜 변명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청년 실업 문제도 실제 일자리를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정책 검토를 해봤더니 청년 실업의 해결은 경제성이 없어서 안 되겠다고 왜 말하지 않는가.

여전히 그들은 등록금이나 동남권 신공항과 같은 것들은 자신들이 잘못은 좀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청년 실업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청년 실업 문제만큼은 적어도 정부가 변명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냉랭한 뜻인 것인가. 청년 실업이 점점 심각해지는 2011년. 나는 변명조차 하지 않는 정부에 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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