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중요한 정치적 기로에 서 있다.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지만, 위기에 더 가깝다. 국민참여당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우군’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유시민 정치’를 향한 비판과 걱정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보금자리인 ‘서프라이즈’의 기류 변화는 이를 상징한다. 서프라이즈 여론은 그동안 ‘유시민 정치’에 우호적인 이들이 훨씬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의 대안으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꼽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시민 정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법 많아졌다. ‘유시민 옹호’보다는 ‘유시민 비판’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기도 한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이자 친노 진영의 유력한 대선 후보라는 그의 위치를 고려할 때 심상치 않은 장면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사진출처-국민참여당
 
경남 김해을 재보선을 둘러싼 논란과 진통이 배경이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각각 김해을 후보를 내세웠다. 민주노동당 김근태 후보와 함께 3자 단일화를 이룰 것이란 정치권 안팎의 예측과는 달리 김해을 재보선 단일화 협상은 진통에 진통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국민참여경선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막판 여론조사 단일화 또는 특정 후보의 자진사퇴 이외에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이뤄질 것인지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싸우다가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후폭풍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민참여당 쪽에서는 민주당 책임론에 무게를 실을 수도 있지만, 유시민 대표의 정치적 상처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해을 재보선을 둘러싸고 유시민 대표는 너무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국민참여당 입장에서는 김해을 승리를 통해 첫 번째 국회의석을 확보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큰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내겠다는 ‘절실함’이 있겠지만, 정치도 바둑과 마찬가지로 한쪽의 의도대로 경기를 치를 수는 없는 게임이다.

유시민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당 대표 이후 첫 번째 정치 시험대인 4․27 재보선 국면에서 ‘감동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대선 경쟁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나라당 텃밭 중 텃밭이라는 경기 성남 분당을 재보선 출마를 선택하면서 야권 지지층의 시선을 모았다.

유시민 대표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이다. 야권 단일후보가 될 수 있을지,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유시민 정치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유시민 정치의 비전은 무엇인지, 철학은 무엇인지 제대로 평가받고 검증받는 것은 유시민 대표가 큰 꿈을 꾸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다. 바로 그 과정 중 하나가 이번 4.27 재보선이다.

유시민 대표가 김해을 재보선이라는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던지면서 오히려 더 큰 승리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자처하는 국민참여당의 정치가 ‘바보 노무현의 정치’와 닮은꼴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유시민 대표의 고민이다. 유시민 대표가 당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은 3월 19일로 한 달이 되지 않았다.

당시 유시민 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국민참여당은 참여정부의 자산을 승계하려는 게 아닙니다. 참여정부의 자산은 대한민국의 것이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 모든 정당이 그 자산의 합당한 상속인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국민참여당은 오로지 참여정부가 남긴 부채만을 승계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담긴 얘기이다. 유시민 대표가 자신의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때 ‘유시민 정치’는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주간조선
 
야권 안팎에서는 ‘유시민 위기론’을 얘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불편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진보성향 언론들의 평가도 점점 ‘냉소’로 바뀌어가고 있다. 유시민 대표는 2012년에 대한 큰 꿈을 꾸기도 전에 회복이 쉽지 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것은 유시민 개인은 물론 야권의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주간조선은 최근 흥미로운 내용의 특집 기사를 전했다. 주간조선 최근호 커버스토리 제목은 <유시민 떳다>라는 내용이다. 주간조선 관련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야권은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맞서 어떤 식이든지 1 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박근혜라는 압도적인 상대방이 계속 존재하는 한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간조선은 “그가(유시민) 야권 통합과 연대에 대해 어떤 자세와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대선 지형도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제2의 노무현의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을까. 2012년 대선 지형은 유시민의 행보에 많은 걸 기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간조선은 왜 <유시민 떴다>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실었을까. ‘유시민 정치’에 대한 경계의 시선일까, 아니면 기대의 시선일까. ‘유시민 정치’ 진짜 위기의 시작은 조선일보 쪽에서 그에 대한 경계가 아닌 기대의 시선을 보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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