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사전 사달라고 요구했던 학생이 원하던 걸 손에 쥐고 기뻐하는 마음과 같다. 다만 이제는 성적이 안 나와도 핑계 댈 게 사라진 셈이니 본 실력으로 정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OBS는 요즘 기대와 설렘이 반반씩 뒤섞인 분위기를 맞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1일 경기인천지역 민영방송 OBS의 서울지역 역외재송신을 추가 허용키로 하면서 사실상 숙원을 이뤘기 때문이다.
 
역외재송신은 허가받은 방송권역 이외 지역에도 케이블TV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방송권역이 넓어지는 만큼 시청자를 보다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민영방송사의 주요재원인 광고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OBS 내부는 이를 바탕으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새로운 채널이 속속 등장하는 방송시장 상황은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다. 업계 이야기를 모아서 OBS 앞날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광고단가 상승…OBS ‘희색’= OBS 내부에서 ‘제2 개국’과 맞먹는 기회로 이번 일을 바라보는 것은 심각한 재정난 때문이다. 지난 2007년 12월 자본금 1400억 원으로 출범한 OBS는 3년 만에 100억 원 정도만 남은 상태다.

OBS 관계자는 지난 24일 “광고실적은 분명 나아질 것이고 재원사정에 숨통이 트이면 장기계획을 위한 밑그림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방통위가 최근 52개 광고사를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OBS가 서울지역 전체로 방송권역을 넓힐 경우 연간 광고수입이 배 이상 늘 것(지난해 기준 253억 원→514억 원)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OBS 전경
이치열 기자 truth710@
 
당장은 서울·경기인천 전체로 방송권역을 넓히는 수준이지만 SBS가 하듯이 지역민방과 계약을 맺고 OBS 프로그램을 송출하면 전국방송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매체공학과)는 지난 1월 13일 ‘IT 산업전망 그랜드 콘퍼런스’에서 OBS의 서울지역 역외재송신이 추가로 확대되면 “지역민방과 OBS가 결합해 전국방송 형태로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국방송 도약?…업계는 “글쎄”= 실제 OBS가 수도권 전체로 방송권역을 넓힐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 출범할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방송사 가운데 SBS에는 위협이 될 것이란 보도가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케이블PP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OBS가 제2의 SBS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시각에는 회의적 전망이 우세하다.

한 언론사의 미디어 기자는 28일 “OBS가 전국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서울지역 절반에 이미 OBS가 송출되고 있지만 시청률은 미미한 상황이고 과거 iTV(OBS 전신) 당시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중계나 <리얼다큐 경찰 25시> 같은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지역민방은 아무도 받지 않았다”면서 “현행법과 제도 안에서도 지역민방이 OBS 방송을 받을 수 있는 데도 안 하고 있는 마당에 역외재송신이 풀린다고 갑자기 계약을 맺거나 방송을 구매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수도권방송이지만 SBS에 견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SBS의 한 관계자는 “옛날처럼 지상파 프로그램만 시장에 있다면 OBS가 위협적이겠지만 지금은 IPTV, 위성TV, 웹TV까지 나오는 시대이고 스마트폰으로 TV보는 N스크린 시대”라면서 “군소 케이블PP들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MBC 관계자도 “OBS가 타깃을 어디에 두고 얼마큼 투자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솔직히 지금 수준이라면 케이블방송시장에 타격을 미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는 분위기면 (케이블업계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고 오락프로그램을 주로 방영하는 케이블방송과 직접 경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가 관건…방송환경 낙관 힘들어”= OBS가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질 높은 콘텐츠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전범수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채널 성공의 3가지 요건으로 △가시청 범위 △콘텐츠 제작비 △유통채널의 다변화를 꼽기도 했다. 현재 OBS는 가시청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만 얻은 셈이다.

방송 편성과 유통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선택에 달린 만큼 향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방송환경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OBS 광고단가가 상승해도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것보다 기존시장에 조금 더 큰 숟가락을 들고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며 무엇보다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는 ‘맨몸’으로 경쟁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한 미디어 기자는 “iTV 시절 역외재송신이 풀렸다면 상승분위기를 탈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케이블PP로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자리할 것으로 본다”며 “어느 수준, 어느 크기의 콘텐츠를 갖고 시청자에게 다가갈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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