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1주년을 맞아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 피격’설이라며 내놓은 최종조사보고서의 데이터만 자세히 봐도 비접촉 근접 수중폭발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종보고서의 시뮬레이션은 어뢰의 수중폭발로 발생한 버블효과가 선저를 찢어낸다고 돼있지만 실제 천안함은 함수와 함미, 그리고 가스터빈으로 세동강이 났으며, 근접 수중폭발시 생길 수 있는 근거가 아무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5월 20일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그동안 미국에서 북 어뢰 피격 가능성에 의혹을 제기해온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천안함 1주기를 맞아 국내에 귀국해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의 주최로 24일 열린 천안함 토론회에서 밝힌 분석 결과다.

서 교수는 북 어뢰 피격설을 입증하는 합조단의 논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맞는지를 검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서 교수는 ①천안함 파손이 외부의 근접 수중폭발에 의한 것이다→②근접수중폭발은 어뢰 폭발에 의한 것이다→③폭발한 어뢰는 북한제이다라는 논법으로 “따라서 북 어뢰가 근접 수중폭발해 천안함이 파손됐다”는 결론을 내린 합조단의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모두 일관성을 갖는 논리적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런 결론이 나오려면 앞의 세가지 근거 모두가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함수. 충격파가 있었다고 보기엔 바닥이 깨끗하다. ⓒ 서재정
 
우선 근접 수중폭발이 있었느냐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근접수중폭발의 손상지표로서 ‘파편’ ‘충격파’ ‘버블효과’ ‘물기둥’의 흔적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 서 교수는 파편의 경우 “근접 수중 폭발시 다수의 파편이 선체 내에 존재해야 함에도 어떠한 곳에도 파편은 찾아볼 수 없다”며 “초기에 합조단이 금속 파편 채취에 성공했으나 최종 보고서엔 ‘천안함 사건에 사용된 어뢰 파편이라 단정할 수 있는 금속은 식별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중폭발시 발생하는 충격파가 있었는지에 대해 서 교수는 250kg 규모의 TNT가 3∼6m 거리에서 폭발하려면 8049∼1만8239psi(압력의 단위)의 압력(P)이 발생하고 선체 바닥이 크게 변형돼야 함에도 천안함 선저는 충격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이 깨끗했다고 지적했다. 선체 내에 있는 기계·기구·탄약고조차 쓰러지지 않은 채 가지런히 정렬돼있었다고도 제시했다. 형광등마저 멀쩡하게 보존돼있었다.

충격파와 동반하는 폭발소리로 인해 생존자와 시신에서 청각장애 및 화상환자가 다수 발생해야 하나 전혀 없었다는 점도 제시됐다.

그 다음 근거인 버블효과가 있었느냐와 관련해 서 교수는 합조단이 언뜻보기에 천안함 가운데가 둥글게 밀고 올라가 파손된 모습을 들어 두동강 났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하지만 천안함은 세조각이 났다. 즉, 함수와 함미, 그리고 양쪽이 찢겨진 가스터빈실로 세동강 난 것”이라고 말했다.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버블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선저 가운데가 길게 찌그러진 뒤 찢어지는 상태로 진행된 것으로 분석돼있다. 그러나 실제 천안함은 가운데가 찢어진 모습이 발견되지 않고 가운데에 위치한 가스터빈실의 양쪽이 찢겨진 채 떨어져 나와 세동강이 났다. 이를 두고 서 교수는 “버블효과라면 세동강이 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라며 “오히려 이 시뮬레이션 결과가 천안함 파손 상태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이 지난해 9월 13일 발표한 천안함 최종보고서상의 시뮬레이션 결과. 선저 가운데가 찢겨지도록 돼있다.
 
   
실제 천안함은 함수와 함미, 그리고 선체 가운데 아랫쪽에 위치하는 가스터빈 등으로 세동강 나있다. ⓒ 서재정
 
근접 수중폭발로 발생하는 물기둥이 존재했는지에 대해 서 교수는 천안함 선저 3∼6m 아래에서 TNT 250kg 규모의 폭약이 터졌을 때 생기는 물기둥의 높이가 82m로 계산되지만 실제 보고서엔 “좌현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진술과 ‘백색섬광 목격했다’는 백령도 초병의 진술”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합조단 역시 보고서에서 “물기둥 목격자 및 화상환자는 없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근접 수중폭발시 고열의 흔적 역시 드러나야 함에도 화상환자가 없었다는 점도 지목됐다. 거대 수중폭발시 3000도의 고온을 동반한 뜨거운 불덩어리가 발생하는데 정작 보고서엔 723도 이상의 열이력은 없었으며 전선이 절단될 때 열흔적이 없었다고 기재돼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근접수중폭발이 있었다면 발생했어야 할 파편, 충격파, 버블효과, 물기둥, 고열 그 어느 곳도 발견되지 않아 ‘근접 수중폭발했다’는 전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합조단의 최종결론은 최초의 전제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어뢰가 근접 수중폭발해 천안함을 파손시켰다’는 결론을 틀렸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근접폭발의 근거’라고 제시한 합조단 폭발유형분석 분과가 제시한 데이터 역시 동어반복으로 쥐어짜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은 근접폭발시 필요로 하는 9가지 손상 지표 가운데 5가지가 충족됐다고 했지만 이 중 아래 세가지는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국지적 선체 외판 휨 현상’
‘폭발지점의 선체가 외부에서 내부로 휨’
‘수중폭발에 의한 충격파와 버블에 의한 손상 증거’

   
뜯겨져나간 천안함 선체 가운데 밑바닥인 가스터빈실과 가운데가 찢어져야 하는 시뮬레이션의 결과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 서재정
 
서 교수는 이를 두고 “합조단의 고뇌가 담긴 테이블(표)”라며 “이런 증거는 좌초 또는 원거리 폭발, 충돌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한마디로 데이터는 폭발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결론만 근접수중폭발했다고 한 것”이라며 “도대체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 과학적으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근접수중폭발은 설 자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