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경영자협회가 이해찬 서울부시장의 지하철 노조 해고노동자 복직 허용 검토 발언과 관련, 반대 입장을 발표한데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심히 우려할 만한 것이었다.

노동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만 하면 어김없이 사용자측의 입장만을 반복 선전하는 수구언론의 보도태도는 이번 경총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됐다.

동아일보는 13일자에서 3면의 머릿기사와 제1사설을 할애해 경총입장을 두둔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고자 복직, 노사협상 대상 안된다’로 제목을 뽑은 이 기사는 바로 옆자리에 위치한 ‘인기성 노동정책의 문제’라는 제목의 사설과 잘도 조화를 이루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총은 이날 회의 결과를 정리해 ‘강경한 대응조치’를 발표할 생각이었으나 제3자 개입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철회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한다.

사실 서울시 지하철 공사와 지하철 노조간의 문제에 재벌들이 끼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부터가 문제있는 짓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것을 문제 삼기는 커녕 이를 기회로 종래의 확고부동한 수구적 태도를 선전하고 주입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방자치가 전국적으로 시작된 지방화시대를 맞아 이런 식의 정치성 인기발언이 곳곳에서 불거질 가능성이다’(동아 13일자 사설).

참으로 우려스러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의 활성화란 다만 행정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주민의 뜻에 맞도록 지방 정부의 역할을 키워간다는 이야긴데, 서울시의 자체 판단에 따라 노동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자세를 ‘정치성 인기 발언’이라고 몰아붙인 것은 불순한 정치·경제적 의도를 표명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같은 날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도 동아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는 경총의 해고자 복직불가 발언을 경제섹션의 머릿기사로 다루면서 ‘이 서울부시장 발언 파문확산’이라는 지극히 선정적이고 편파적인 제목을 달았다.

제목에서부터 어떻게 보수언론과 재계가 한통속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목아래 부제로 달린 ‘재계, 해고자 복직 노사협상 대상 안된다’는 경총의 입장이 아니라 노사문제에 대한 이 신문의 기본 입장으로 읽힌다.

노사갈등을 다루면서 언론이 약방의 감초처럼 이야기하는 것중 하나가 노동쟁의의 폭력성 운운인데, 지난해 에어프랑스노동자들의 파업에서도 보여졌지만 노동운동의 역사가 2백년이 넘은 프랑스 노동쟁의의 격렬함과 ‘폭력성’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쟁의는 온건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문제를 다루는 상업주의 언론의 태도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하염없이 뒤로 돌리려 하는 불온한 몸부림이며 가히 개혁의 대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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