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공정거래위는 10개 일간지에 대한 부당 판촉행위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신문사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는 물론, 신문사들이 싫어하는 법위반 사실을 다른 신문에 공표하라는 제재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관해 나타난 신문사들의 반응을 보고, 한국 신문의 도덕성 및 자율에 대한 수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관련 신문들의 보도태도가 떳떳하지 않다는 점이다. 5월 6일 공정위가 처음 조사실시 방침을 발표했을 때, 한겨레신문만이 비교적 비중있게 보도했을 뿐 3개지(동아·세계·한국)는 2면에 1단으로 간단하게 취급했고, 나머지 신문은 보도하지 않았다.

다음, 조사결과와 제재조처에 대한 반응이 구차하게 보이는 점이다. 동아·조선·한겨레외에는 이 사실을 보도조차 하지 않았으니, 시인하는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동아는 6월 15일자 13쪽 2단 기사로 취급하면서, 자기네는 과징금부과 등 공정위의 제재조처가 사실판단과 관련법 적용 및
제재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의신청 등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11쪽 1단으로 보도했다. 시정조처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면서 “본사는 경품제공행위에 직간접으로 간여한 사실이 없으며, 일부 지국의 영업기반 방어를 위한 경품제공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본사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박성이었다.

한겨레신문은 2쪽 3단의 기사와 9쪽에 해설을 실어 가장 깊이 이 문제를 다뤘다. 이 신문은 공정위의 제재조처에 대해 경품제공이 극히 일부 지국에서 단기간에 소량으로 이뤄졌고 사원판매는 사원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현실을 감안, 계약서를 작성했던 점을 공정위가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재심청구 등 법적인 대응을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문맥으로 보아 이 3신문은 정당하게 판촉행위를 하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간접적이든 우회적이든 시인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동아·조선·한겨레가 나름대로 한국신문을 대표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면 그리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위와 같은 반응을 보고 한국신문의 도덕적 수준이 한심하다면 억울하다고 할 것인가?

동아와 조선은 창간 이래 75년이 지나도록 한국신문의 주도권 다툼을 벌여오고 있다. 이들이 좀더 떳떳하게, 정당하게 경쟁해 왔다면 후발 신문들이 그것을 닮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겨레가 기존신문의 판촉행태에 끼었다는 것은 정말 우울한 이야기이다. 몇가지 이유를 내세웠지만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튼 이번 일에서 빚어질 수 있는 몇가지를 생각해보면, 우선 소비자로서 독자들이 신문의 못된 버릇을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추세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고발에서 비롯된 이번 일은 외형상으로는 신문상품의 불공정판촉행위에 국한한 정부의 활동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언론에 대해 자연스럽게 개입하는 빌미를 언론 스스로가 제공했다는 잘못을 면키 어렵게 됐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이제는 편집이 경영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문은 여타 기업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감시하고 비판한다. 그것은 신문기업이 잘나서 그런 것보다는 신문의 기능이 그렇기 때문이다.
셋째는 법의 판결을 통해 신문이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세 신문이 모두 법적 대응을 밝힌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이때까지의 버릇대로 언론자유투쟁을 앞세워 정부와 이른바 ‘한국적인 정치적 해결’을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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