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자들이 이른바 '장자연 편지'에 거론된 유력 인사들의 성접대 실태를 규명하는 특별취재팀의 구성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최근 '장자연 편지' 보도와 관련해 사과 결정을 하고 보도국 간부들을 교체한 경영진이 오는 21일 노조 등과의 면담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SBS 기자협회는 18일 밤 서울 목동 SBS 본사에서 총회를 열고 '장자연 편지' 보도로 이날 보직 해임·전보 조치된 보도국장·사회부장 등의 인사 조치 관련 대책으로 신임 보도국 간부와 경영진에게 △보도국 내 '장자연 사건 특별 취재팀' 구성 △'장자연 편지' 후속 보도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정명원 기자협회장은 이날 밤 통화에서 "시청자 사과와 책임 차원으로 이뤄진 (해임)인사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장자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는 시청자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사건의 실체인 강요된 성 매매와 성 접대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특별취재팀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 16일 SBS <8뉴스> 보도 참조. <SBS "시청자께 사과…장씨 사건 실체 규명할 것“>)

   
▲ 고 장자연씨 초상화. ⓒ SBS
 
정명원 회장은 이어 "편지 친필 여부가 아니라 성 접대 대상과 상황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취지"라며 "장씨가 유서에 밝힌 사람들과 관련해 취재했던 내용을 향후 많은 인력을 투입한 특별취재팀에서 깊이 있고 폭넓게 후속 보도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BS 보도국에서는 '장자연 편지'에 등장하는 유력 인사들에 대한 미공개 취재 내용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협회는 이 결의를 주말 중 성명서 등으로 공론화하고, 신임 보도국 간부들과 경영진에게도 직접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경영진이 '장자연 사건 특별취재팀 구성 및 후속 보도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현 사태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협회의 제안에 대한 경영진의 수용 여부는 오는 21일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다. 현재 기자들 내부에선 '장자연 편지' 보도와 관련해 최근 신속하게 이뤄진 시청자 사과, 인사 조치 등의 배경에 의혹을 가지고 있고, 이번 인사가 부당한 징계라는데 동의하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보도국 간부들이 교체된 뒤 '게이트 키핑'이 강화돼, 비판 보도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하는 내부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당사자들의 제대로 된 소명 없이 진행된 절차적 문제, 과거 오보 때와 다른 수위와 분위기로 인사 조치된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면서 "(사과, 인사 조치 등이)외부의 힘, 눈치를 보는 결정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 이번 인사의 철회를 경영진에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기자는 "사측이 '특별취재팀과 후속 보도'라는 두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가 이번 인사에 대한 진의를 평가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혀, 인사를 둘러싼 논란의 향배를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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