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재판장 이용훈)이 이른바 ‘삼성 X 파일’ 보도를 한 기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 17일 오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려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불법 감청 등을 통한 통신 비밀 침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불법 도청 행위에 대해 처벌 받고 취득한 정보를 발설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며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통신 내용이 공적 관심이고 통신 비밀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보도 내용이 범죄 고발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개돼야 하고 비공개시 공익 침해 가능성이 큰 경우 △언론기관이 위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지 않은 경우 △보도가 통신비밀 침해를 최소화 하는 경우 △보도로 인한 이익이 통신비밀을 할 경우보다 큰 경우 등의 위법성 조각 사유 등을 고려할 때 “정당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관 5명(이홍훈, 박시환, 김지형, 이인복, 전수안)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통신 내용이 공적 관심이 있고, 재계와 정계의 유착 행위에 대해 정당하게 한 행위라고 밝혔다.

피고측은 정경 유착 행위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한 것이라며 보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상호 기자측 한상혁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어떤 기자가 이런 자료를 받고 보도를 안 했을지 의문”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 신장을 위해 사회적 합의에 맞춰 법원 판결도 바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김연광 전 편집장은 “안기부 x파일은 재벌 거대 기업이 자유 민주주의를 훼손한 내용”이라며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이 아닌데 상고가 기각돼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안기부 X파일은 옛 안기부직원들이 지난 1997년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 동향과 대권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을 논의한 대화를 도청해 만든 테이프로, 2005년 당시 보도로 ‘안기부 X 파일’-‘삼성 X 파일’ 파문이 인 바 있다.

이상호 기자는 당시 도청 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한 혐의로, 김 전 편집장은 녹취록 전문을 게재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으나 1심은 이 기자에게 무죄, 김 전 편집장에게 유죄를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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