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사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치인생 최대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11년 3~4월 ‘유시민 정치’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본격적인 검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화려한 날개를 달게 될 수도 있고, 끝 모를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의 공식 직책은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지만, 3월 19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전국당원대회’가 끝나면 당 대표로 바뀐다. 그는 당 대표 후보로 단독 출마했다. 이변이 없는 한 유시민 대표 시대가 열리게 된 셈이다.

정당 대표를 맡는 것은 개혁당 이후 두 번째다. 정치인 유시민은 자체로 흥행 메이커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더불어 가장 열정적인 지지층을 지닌 인물이다. 유 전 장관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직후 대선주자 지지도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다시 그 자리를 탈환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유시민 당 대표 시대는 언론의 관심을 받을 기회일 수도 있지만, 정치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바른말 잘하는 정치인’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할 줄 아는 정치인’을 넘어 국민을 아우르며 큰 정치를 펼 수 있는 인물인지 검증받게 된다.

‘노무현 정치 경호실장’이라 불렸던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은 유 전 장관이 큰 꿈을 꿀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지난해 6월 2일 지방선거는 유 전 장관에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겨줬다. 유 전 장관은 야권 단일화 주인공이 됐다. 김진표, 심상정 등 다른 야당 후보들이 그의 승리를 위해 후보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전 장관은 52.2%를 얻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패했지만, 48.8%라는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기호 8번에 신생정당인 국민참여당 후보라는 약점을 뛰어 넘은 선전의 결과이다. ‘유시민 득표력’을 보여준 선거이기도 했지만, 뚜렷한 약점이 드러난 선거이기도 하다.

유 전 장관은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생각만큼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가슴으로 ‘정치인 유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호남 비토론’이 관심의 초점이다. 호남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유시민 정치에 대한 비판 정서가 공고해진다면 대선의 길은 멀고도 험난할 수밖에 없다.

호남 비토론 극복은 유 전 장관이 ‘큰 꿈’을 꾸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였다.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4·27 재보선 김해을 후보 선정을 둘러싸고 국민참여당을 제외한 친노 진영과 불편한 관계를 맺었다. 참여당을 제외한 친노 진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곁에서 모셨던 김경수 전 비서관을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출마 포기’로 결론이 났다. 이 과정에서 참여당 쪽과 참여당을 제외한 친노진영 쪽에서는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후보를 내세운 참여당은 노 전 대통령 고향에서 첫 번째 국회의원을 배출하고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참여당이 원내 진출할 경우 정치위상은 한결 높아지고, 국회 본청 사무실 사용, 정론관 사용, 국고보조금 확대 등 쏠쏠한 실리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김해 재보선 후보 선정 문제를 놓고 친노 진영과 참여당이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은 대목은 유 전 장관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관전 포인트는 4·27 재보선 결과이다. 한나라당이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내세울 경우 야당은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승리로 끝이 난다면 야당 내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이는 유 전 장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유시민 정치에 의구심을 버리지 않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성을 인정받는 일인지도 모른다. 감동이 샘솟는 정치를 보여줄 때 유권자는 마음을 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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