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의 수난이 갈수록 태산이다. PD수첩은 이명박정권 하에서 권력감시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그만큼 언론탄압의 주요표적이 돼왔다. 지난 3월초 PD수첩의 주요멤버에 대한 인사가 있었다. 제작진 11명 중 6명에 대해 인사발령이 났다. 여기에는 ‘공정사회와 낙하산’, ‘4대강 수심 6m의 비밀’, ‘검사와 스폰서’ 등을 제작한 최승호 PD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인사가 ‘PD수첩의 무력화’를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명박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MBC의 PD수첩을 목조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PD수첩의 ‘광우병’보도가 도화선이다. 지난 2008년 봄부터 시작된 이 정권의 집요한 공세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을 촛불시위의 배후로 여긴 탓도 한 요인이다. 그 공세는 전방위적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PD수첩 사수,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청와대 쪼인트’ 연장선의 전방위 목죄기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고소·고발과 함께 PD저널리즘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공격이 청와대는 물론 정부·여권 그리고 조중동으로부터 쏟아졌다. 공권력을 동원한 제작진 구속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기회 있을 때마다 위협과 제재, 그리고 조중동의 ‘딱지 붙이기’가 계속돼왔다. 청와대와 여권인사들은 PD수첩을 ‘사회적 흉기’로 몰아붙이는가 하면 프로그램의 통·폐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서 벌어진 블랙코미디 중의 하나가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의 ‘청와대의 쪼인트’발언이었다. 김 전 이사장은 2010년 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설화(舌禍)를 일으킨 뒤 물러났다. 김 전 이사장의 설화야말로 이명박정권의 MBC길들이기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3월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직후 이루어진 MBC인사에 관한 얘기다. 

‘대학살이 시작됐다. 인사가 잘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80점 정도는 되는 인사라고 평가한다.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니다. 처음에는 김 사장이 좌파들한테 휘둘렸다. 큰집에서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다.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리됐다.’

김 전 이사장의 얘기를 요약해 정리한 내용이다. 김재철 사장이 연임에 이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사장이 연임 후 벌여온 조치들은 이미 짜여진 수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회사측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또  PD수첩이 속한 시사교양국을 TV제작본부에서 편성본부로 옮기는가 하면 PD수첩에 대한 손보기를 구체화한 것이다.

   
MBC 'PD수첩' 최승호 전 CP
이치열 기자 truth710@
 
PD수첩의 간판 격이었던 최승호PD는 요즘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방송 오늘아침’이라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PD수첩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는 PD수첩을 통해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최근에 제작한 프로그램 모두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제작현장이야말로 그가 떠날 수 없는 곳이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하다.

-최근의 인사내용을 어떻게 보는가.

“예견했던 일이다. 올해 초 4대강에 관한 프로그램 그리고 ‘공정사회와 낙하산’등을 제작하면서 ‘청와대에서 불편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재철 사장이 연임하며 체면조차 버린 셈이다. 시사교양국을 편성본부로 옮긴 것도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PD수첩의 권력비판을 무력화하려는 조치 중의 하나다.”

-왜 딱히 이명박정권과 부딪치는가.

“이 정부와 부딪치는 것만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내용은 더 집요했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황우석사건, FTA, 부동산 정책 등 민감한 문제들을 많이 다뤘다. 이 정권의 상식에 어긋난 태도가 문제다.”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말도 안 된다. 탐사보도의 본질은 권력에 대한 감시견 역할이다. 권력비판을 한다고 빨간딱지를 붙이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과연 편향적 보도가 무엇인지 얘기하면 얼마든지 토론할 준비가 돼있다. PD수첩은 이미 1,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광우병’보도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도 했다. 초점은 정부가 벌인 쇠고기 협상의 졸속이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PD수첩에 공감한 것이라고 본다.”

 “MB정권의 상식에 어긋난 태도가 문제”

-PD저널리즘의 문제점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PD 혹은 기자저널리즘이 따로 있다고는 보고 싶지 않다. 서로 보완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D저널리즘은 제작특성상 소위 ‘출입처 저널리즘’에서 자유롭다. 권언(權言)유착 등의 경향을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순수하고 진정성 넘치는 보도로 시민들의 호응을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기자저널리즘의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기자저널리즘의 문제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 특유의 권력 지향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출입처를 통해 이루어지는 뉴스윤색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빈 공백을 PD저널리즘이 메워줄 수 있어 상호 보완적이라고 본다.”

-PD수첩이 앞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그렇게는 보고 싶지 않다. 이 정권 하에서 어려움을 당하고 있지만 극복해 갈 것으로 믿는다. 지난 1990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우루과이라운드를 다룬 문제였는데 당시 PD수첩 제작진이 전부 바뀌었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김광원·언론인
 
그는 새로운 PD수첩의 제작진을 신뢰한다고 했다. 저널리즘의 수행 당사자는 어차피 “개개인이 굽히지 않고 압력을 이겨가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내부협의를 벌여온 시사교양국 PD들은 PD수첩 제작진 교체 등에 반발,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저널리즘을 지키려는 어려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태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시사영역의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변형되고 있다. 제작팀과 제작자는 징계 등 갖가지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힘든 전투다. PD수첩의 위기에 강력한 대응을 다짐해온 시사교양국 PD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PD수첩은 죽어가는 언론정신을 일깨우는 횃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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