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노보>에 의해 밝혀진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의 ‘여론조작’ 지시 사실은 정부 언론통제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93년 청와대 정무수석 취임후 그동안 이수석의 언론통제 행태가 언론계에 널리 알려져 왔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가 적지않다.

한편에선 이번 사태의 주인공이 예상했던 대로 이수석이란 사실때문에 언론계 내부에선 그의 무소불위적 언론통제가 어디까지 미칠지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수석은 취임 이후 방송과 관련, 정부측의 외압설이 있을 때마다 항상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몇달 사이만 해도 ‘대구참사 축소보도 사건’ ‘시청률조사 중단’ 등 축소편파 보도 지시와 무리한 방송행정 개입 의혹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특히 대구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5월 4일 방송개혁국민회의와 방송사 노조가 이수석의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신문보도에 대해서도 편집국 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도삭제 등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수석의 이같은 언론통제 행태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노보>는 “이번 경우만 해도 이수석의 요구가 다음날 방송을 통해 결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방송사 사장들은 이수석의 지시가 내려질 때마다 방송사 최고책임자로서의 위신과 체면은 접어둔 채 충실한 이행자의 모습만을 보여왔고 신문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일부 방송인들은 <미디어 오늘>이 지난 6월 21일자에서 6월초 ‘KBS 홍두표사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언론관련 비서진들에게 청와대를 도와준 게 뭐가 있느냐며 봉변을 당한 사건’을 보도한 것과 관련, “이수석이 워낙 휘젓다 보니 청와대의 말단 비서진조차 방송사 사장을 우습게 여기는 풍토가 생긴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수석의 행태가 개인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권력의 핵심에서부터내려오는 언론관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게 언론계의 반응이다.

KBS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지난 5월 13일 국제언론인협회(IPI)총회 개막식 치사에서 “우리나라는 완전한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김대통령은 언론 자유를 운운하기 전에 이수석을 비롯한 측근들의 분수에 넘치는 행동부터 자제시키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최근 지자체선거가 끝난후 민자당 내부에서 이수석을 가리켜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중 가장 암적인 존재’라고 신랄히 비난한 것과 관련, 그의 경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비춰지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현정권의 언론관에 있는 만큼 보다 근원적인 조치 및 인식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