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삼풍사고의 충격과 슬픔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이사건은 원인과 규모 면에서 우리국민에게 참담함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그나마도 자신의 안위나 생계를 제쳐놓고 구조활동에 애쓰는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여전히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그중에도 구호작업에 필요한 장갑과 손전등, 그리고 절단기 등이 부족해 구조대원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안타깝게 하기 이전에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이런 소식은 사고가 난지 보름이 지날 때까지 계속됐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는 우리나라가, 그래서 외국에 각종 구호물자까지 지원한다는 우리나라가 왜 이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중장비와 갖가지 구호물품을 대기업으로 부터 조달받았다고 하는데 물론 불행중 다행스런 일이지만 기분이 썩 개운한 것만은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다 개인의 자원봉사나 기업의 준조세적인(혹은 홍보차원의) 지원에 의존할 것인지 안타깝다.

듣기로는 내무부 예산 말고도 서울시가 확보한 재해구호기금이 3백 50억원이나 된다고 하는데 이런 돈도 법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다고 하니 재해에 대비해서 당국이 준비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그 와중에 북한에 수천억원어치의 쌀을 지원한 배가 돌아왔다.

나는 동포애의 차원에서 이같은 지원에 대해 찬성한다. 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분명한 우리 동포이다. 같은 동포애라면 우리 잘못으로 우리 눈앞에서 구난받아야할 처지에 놓인 삼풍사고 현장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

우리는 삼풍 사건을 계기로 이제 세계적인 사고공화국이 되었다. 잦은 대형사고로 국민은 부끄럽고 또 불안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후대책까지 이처럼 주먹구구와 손벌리기 식으로 진행될 뿐, 당국의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이 결여돼 있다면 사고가 나는 것 뿐 아니라 이에대한 대책까지 함께 불안해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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