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일은 케이블 TV 후발주자인 5개채널이 일제히 시험방송에 들어가기로 예정된 날
이었다. 홈쇼핑 2개 채널을 비롯해서 바둑, 문화, 예술, 만화 채널은 8월1일부터 시험방송을
시작하고 10월1일에는 본방송을 시작한다는 것이 공보처의 계획이다. 그렇지만 정작 1일이
돼도 케이블 TV에는 바둑이나 만화영화 채널이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보처가 시험 방송을 며칠 앞두고 방송사에 긴급공문을 보내 시험방송과
본방송을 각각 2개월간 연기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홈쇼핑 두 채널을 제외한
바둑과 문화예술, 만화 채널은 시험방송을 10월로 미룬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은
그동안 끈질기게 방송개시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처는 그동안 무얼 믿고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이 한사코 불가능하다는 8월 방송개시를 장
담해온 것인가. 또 무슨 급박한 일이 생겼길래 방송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방송연기를 통보한
것인가.

방송연기를 요청한 신생 케이블 TV 사업자들도 문제는 많다. 이들은 모두 방송을 신청할
당시 8월부터 시험방송이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그랬기 때문에 정부도
채널운영자로 선정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막상 채널운영권을 따내자 정부를 상대로 방송시작을 연기하려는 로비에
바빴다. 이들은 만약 정부가 방송연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들 자체 편성에 따라 시험
방송을 위한 시험방송, 그리고 시험방송을 흉내낸 본방송을 할 계획이었다고 전해진다.

공보처와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의 이같은 밀고 밀리는 싸움과 담합과정에서 골탕을 먹은 것
은 결국 케이블TV가입자들이다. 따라서 공보처와 업자들은 현 상황에 대한 핑계를 찾기보
다는 시청자와 한 약속부터 지키려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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