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권감시기구(Human Right Watch)는 지난 78년에 결성된 국제적 인권감시단체로 현재 미국을 비롯 아프리카 아시아등 세계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의 자문위원인 리처드 디커 변호사가 지난 6월 한국을 방문 우리의 인권과 언론자유에 대한 상황을 조사한 바 있다. 다음은 7월 25일 김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현지에서 발표된 조사 보고서를 요약한 내용이다. 편집자

미인권 감시기구는 지난 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2백여명이 넘는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한국내 인권 상황이 개선된 점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도 임의적인 체포나 구금 그리고 표현과 결사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음을 우려한다.

한국 정부는 특히 지난 5월과 6월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이같은 조항을 적용하여 인권노동운동가들을 수배하거나 구속한 바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국의 노동법을 개정하기로 공약한 바 있으나 새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권을 저해하는 ‘복수노조 금지 조항’과 노동자들의 연대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특별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한국정부는 단순히 파업중인 노조에 지지의사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권영길, 양규헌 등 민주노총의 지도자들을 수배 조치했다.

이 조항들은 이미 국제노동기구(ILO)가 개정 권고를 한 바 있으며 지난 91년 미국의 해외투자공사(OPIC)는 한국 정부가 노동법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미인권 감시기구는 또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치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와 관련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92년 국가보안법 철폐를 공언한 바 있으나 역시 태도를 바꿨다.

UN 인권위원회는 지난 92년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 ‘이적 행위’ 등이 개념이 불명확하고 자의적 해석 여지가 많다는 점을 특별히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 법은 한국의 사법부가 단순히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는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제3국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투옥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핵문제를 둘러싸고 남북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된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미인권 감시기구 역시 지난 7월 18일 김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세계인권선언과 한국정부가 비준한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위한 국제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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