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에서 ‘반문화적’인 노조 탄압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불법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문화일보 노조가 결성된 사실을 단순한 노사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왜곡되고 굴절된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던 기자들이 노조라는 조직을 통해서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들고자한 주요한 사회적 움직이라고 판단한다.

물론 문화일보 노조가 기자들로만 구성되지는 않았다. 노조 결성 직후 공무, 광고, 판매 등 거의 모든 직종에서 노조 가입을 했다. 공정보도는 기자들만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다. 언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책임져야할 가치인 것이다.

‘정부와 집권당에 비판적 기사를 쓰지 말라’ ‘기업비리는 쓰지 말라’는 편집국의 방침아닌 방침에 순순히 따른다면 그것이 어찌 언론인들의 조직이며 ‘21세기를 준비하는 초일류 신문’을 지향하는 회사의 편집국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드러난 문화일보 경영진들이 자행해온 편집국 운영의 파행상을 살펴보면 노조의 결성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권력과 기업에 대한 비판 기사 금지는 물론 일부 인사들은 기자들을 사병 부리듯 해 공적 조직의 사적 운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밖으로 알려질 때의 부끄러움을 감수하면서 기자들이 내부의 문제를 외화시킨 것은 결코 ‘해사’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애사심의 발로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경영진이나 편집국의 고위 간부들은 공정보도를 염원하는 기자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오히려 이를 불온시하면서 ‘주동자 색출과 엄벌’ 차원만 강조하며 편집국을 병영적 상태로 이끌어 왔다. 이런 상황을 참고 일하라는 것은 기자이기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노조 결성 이후 문화일보 경영진이 보여준 모습 또한 전과 똑같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주동자 색출과 이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사였다. 그들은 지금 노조를 탄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공정한 언론을 위한 몸부림을 질식시키고 있는 편에 가깝다. 따라서 그들의 행위는 ‘반사회적’이며 ‘반민주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화일보가 ‘현대’라는 대표적인 재벌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재벌언론이라는 원초적 굴레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주목해왔다. 쉽지 않은 이같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조 결성도 한 방법이며 이 일은 내부 구성원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조가 출범하고 회사쪽의 ‘현대식’ 탄압이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 이에 대응하는 일은 문화일보 사람들만의 과제로만 돌려져서는 안될 것이다. ‘현대’라는 거대 자본과 맞선 싸움일 수도 있는 이번 사태에 언론계 내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문화일보 경영진들이 기자들의 참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들의 시대착오적인 노조 탄압을 철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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