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 등 MBC PD수첩 제작진이 대거 ‘물갈이’된 이후 심상치 않은 일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신임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김철진 PD수첩 부장이 이 문제를 다루지 말 것을 제작진에 지시해 파장이 일고 있다.

PD수첩은 8일 방송에서 약 10분짜리 ‘생생이슈’ 코너 주제로 이 사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 국장과 김 부장은 ‘일과성 해프닝’, ‘종교가 걸려 민감한 문제’, ‘지나간 일’이란 이유를 들어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PD수첩 PD는 “담당 PD의 제안에 ‘생생이슈’ 데스크 역을 맡고 있는 홍상운 프로듀서가 동의했고 김 부장도 동의했던 사안이었다”며 “그러나 김 부장이 윤 국장에게 아이템을 보고하고 난 뒤 상황은 돌변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김철진 부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에게 “지금 바쁘다”며 단박에 전화를 끊었다.

이 사안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앞서 한 PD의 설명대로 그간 홍상운 프로듀서 재량으로 사실상 독립적으로 진행해오던 코너였고, 또 충분한 검토도 없이 담당PD는 물론이고 프로듀서, 부장의 동의까지 거친 아이템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한 PD수첩 PD는 이와 관련 “아이템의 취지, 취재 방향, 보완할 점 등에 대한 논의조차 없이, 이렇게 시작도 하기 전에 묵살되는 일은 그동안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시사교양국 PD들은 이에 7일 성명을 발표하고 “‘MB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건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소망교회 전성시대’ 논란, 이슬람 채권 논란, 조용기 목사의 대통령 하야 발언 등이 터져 나온 데 이어 발생한 사건으로 정치와 종교의 상관관계와 관련해 매우 큰 상징성을 보여준 문제”라며 “이런 아이템을 거부한 것은, PD수첩은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나 기독교 문제가 포함된 그 어떤 아이템도 다루지 말라는 포고령을 매우 거칠게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길용 국장은 지난 3일 시사교양국 PD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PD수첩의 소망교회 취재와 관련해 “그렇게 휘발성이 강한 사안을 어떻게 보고도 안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었다. 이에 담당자인 최승호 PD는 “기초 취재를 하는 과정이었다. 기초 취재까지 국장에게 허가를 받느냐”며 “아이템이 되는지 알아보고 국장에게 말씀 드려야 하는 상황에서, 국장이 바뀐 거다. 단정 짓지 말라”고 반박했었다.

   
3월 4일자 한국일보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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