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노조 결성을 주도한 발기인및 집행간부에 대해 기자직을 박탈하거나 연고가 없는 지역의 주재기자로 발령하는 등 대규모 보복인사를 실시, ‘시대착오적인 노조탄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문화일보는 노조 결성 3일만인 지난 15일, 발기인및 집행간부를 맡은 10명에 대해 국간전보 등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노조 발기인인 노영대차장(출판국)과 류숙렬차장(출판국·여성부장)은 각각 호남판매팀장, 사업본부로 발령돼 기자직을 박탈당했다. 황렬헌(국제부·발기인) 공영운(편집부·노보편집실장) 김재목(사회1부·조직부장) 김교만(문화2부·총무부장) 이창재(심의실·조합원)기자는 각각 강릉, 울산, 대구, 창원, 부산 주재기자로 발령됐다.

이들은 모두 지역연고가 없는 상태에서 전격 발령됐다. 노조나 당사자들에게 인사내용을 사전에 통보하거나 협의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87년 언론사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노조 결성을 이유로 기자직을 박탈하거나 무더기 국간인사 조치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유인근사장등 경영진은 13일 노조간부들과 가진 상견례에서 “노조를 현실로 인정하겠다. 잘해보자”며 노조사무실 제공의사를 밝히는 등 ‘협력’을 약속했으나 불과 이틀만에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특히 일부 편집국 간부들은 노조결성 직후 ‘주도세력’ 색출작업에 나서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여 원성을 사고 있다. 노조는 이들이 보복인사 대상자를 선정, 경영진에 보고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측은 이번 인사조치에 대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탄압이나 보복인사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차장급 기자의 기자직 박탈, 지방주재기자의 무연고지 발령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때 ‘적재적소의 인물배치’라는 사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노조는 이번 인사를 노조탄압을 위한 ‘대학살’로 규정하고 집행부 농성, 서명운동, 법적 대응 등 부당인사 무효화를 위한 총력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노조는 17일 긴급 소집된 비상총회에서 △부당인사 철회 △인사책임자 공개사과 △노조탄압 중지를 결의하고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문화일보 사원 41명은 지난 12일 저녁 서울 중구 무교동 중국성에서 노조 결성대회를 가졌다. 초대 위원장에는 정하종기자(편집국 사진부)가 선출됐다. 17일 현재 조합원수는 8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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