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1일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그의 장남 조희준(전 국민일보 회장)씨를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비대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거쳐 이같이 정했으며 김 총장의 재산 도피 혐의와 관련해 조만간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또 조씨 모자(母子)의 비리 의혹을 특보와 기자회견을 통해 대내외 공개하면서 여론전에 돌입키로 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17일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지키는 모임(이하 여지모)'과 공동으로 조씨 모자에게 내용증명을 발송, 여의도순복음교회 및 산하기관에서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세부적으로 △김성혜·조희준·설상화 씨는 오는 28일 오후 6시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모든 관련기관 직책(상임, 비상임 불문)에서 퇴진하고 △교회 헌금을 이용해 축적한 국내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다시는 국민일보를 넘보지 않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해 △'국민일보 경영권 침탈 시도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사과하고 △이 과정에서 제기한 모든 고발 건을 이 달 말까지 취하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씨 모자에게 18일 오후 2시까지 내용증명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으나, 이들이 시한까지 답변을 주지 않자 특보를 제작·배포하는 등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국민일보 비대위는 지난 20일 특보(3호)를 내 조희준 씨에 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힌 비대위는, 조씨가 국민일보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스포츠투데이 발행 등 개인사업을 명목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국민일보 자금을 이용, 기존 윤전기를 '헐값'에 팔고 신판형 윤전기를 새로 사면서 교회와 신문사에 수백억원 대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또 조씨가 지난 2004년 국민일보 평생독자기금 225억 원 가운데 94억5000만원을 개인 대출금 상환에 썼고, 일부는 갚았지만 60∼70억 원에 이르는 돈은 반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조만간 특보 4호를 발행해 김성혜 총장의 재산 축적 의혹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조희준씨

비대위가 전면전을 불사한 까닭은 조씨 모자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기관들에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내용증명과 별도로 지난 17일 성명을 내 "조희준씨는 횡령 배임 탈세로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이런 조희준씨에게, 또 이런 조희준씨와 결탁한 김성혜씨에게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지난해 국민일보 회장직과 국민문화재단(국민일보 유일 주주) 이사장 자리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단 이사회의 거부로 무산된 일이 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산하 사랑과행복나눔재단 회장, 순복음선교회 이사 등을 차례로 맡으면서 지난 2008년 당회장 목사직을 내려놓은 조용기 원로목사를 대신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입김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지난해 7월 노승숙 전 국민일보 회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등 김 총장과 행보를 같이했던 조희준 씨 역시 지난해 말부터 사랑과행복나눔재단 대표 사무국장, 엘림복지회 공동대표이사 등을 맡으면서 교회 내 발언권을 넓히고 있다.

때문에 교계에서도 조씨 모자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김 총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예배에서 설교자로 나서고, 지난 10일 교회 내 '명예목사'직을 만들어 취임한 일련의 행동들이 교회의 실세로 자리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총장의 동생 김성광 목사(강남교회)의 움직임도 교계는 주목하고 있다. 김 목사는 지난해 11월 9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를 '좌파'라고 공격해 논란을 빚었고, 김 목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직 기독교시민연대 대표는 지난해 12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국민일보를 좌파로 모는 문건을 제작해 국회 등에 배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지난해 11월 12일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과 노승숙 전 회장, 송인근 국민문화재단 사무국장을 배임 혐으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일보 비대위 역시 조씨 모자와 관련한 자료를 모으는 등 대응책을 모색해왔다.

비대위는 지난 20일 특보에서 김 총장에게 공개편지를 띄워 "교회를 향한 총장님의 탐욕은 이글거리는 태양보다 더 작렬한다"며 "우리는 그동안 경영권 방어 투쟁을 하면서 오로지 '사장의 어머니'라는 점 때문에 참고 또 참아왔지만 총장님이 먼저 차남 고발을 배후조종하면서 비정한 어머니가 되기로 자처한 이상 우리는 정당방어 차원에서 최후의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조희준씨에 대해서도 "귀하의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면 10년 전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재산을 쌈짓돈처럼 유용하면서 저질렀던 전횡을 연상하게 된다"며 "노승숙 회장을 쫓아냈고 사랑과행복나눔재단과 엘림복지회를 장악한 데 이어 이젠 동생을 감옥에 보내고 국민일보를 손아귀에 넣겠다는 망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인 바, 더 이상 국민일보와 교회를 탐내지 말고 하나님의 종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은 김 총장의 차남이자 조희준씨 동생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재산을 놓고  벌이는 가족간 다툼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조상운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장은 22일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 회장으로 오면서 조씨 모자의 국민일보 경영권 침탈 시도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 경영진에 대한 고소·고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는 그 자체로 경영권 침해 행위다. 이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장악해가면서 국민일보를 압박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22일, 23일 김성혜 총장과 조희준 씨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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