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해 노트북에 있는 협상정보를 빼내려던 괴한 3명이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졌다고 조선일보가 21일 보도해 파장이 예상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국익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협상전략 등을 파악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직원들이 발각된 것은 뜻하지 않은 실수”라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수집하려던 정보는 국산 고등 훈련기인 T-50, 흑표전차,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등을 수입하려는 인도네시아의 가격조건 등 내부 협상전략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2030년까지 T-50 1000대 수출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Yak-130보다 협상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특사단의 정보를 빼내려다 발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T-50의 첫 수출길을 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와의 협상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여왔다.

   
▲ 조선일보 2월21일자 1면
 

문제는 정부 당국의 인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T-50을 꼭 수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다른 나라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 고도의 첩보전을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면서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을 방문한 해외 특사단의 자료를 국내 정보기관이 빼내려고 한 것은 사실상 민간기업의 산업스파이 활동과 같은 범죄다. 당장 인도네시아와의 외교적인 마찰은 물론 국제적인 위신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도 "국정원 직원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투숙한 롯데호텔에 잠입했다가 발각된 사건은 우리 정보기관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국위 손상을 가져온 것은 물론 정부가 역점을 둬 온 고등 훈련기 T-50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도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정부 당국의 '그냥 덮자'는 제의를 거부하고 경찰 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소식통은 “만약 정말로 정보가 필요해서 상대국 특사단이 머무는 호텔방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일을 철저하게 했어야 한다”며 “잡범들이 할 만한 실수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에 주재하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 역시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 사건은 발생 직후부터 서울 외교가에서 “한국 국정원이 큰 실수를 저질렀더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며 일부 공관은 중요 전문으로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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