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한 실험취재에 의한 분석 리포트가 누리꾼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MBC는 최근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나타내는 요인 가운데 폭력적인 게임과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청소년들이 한참 게임방에서 PC게임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전을 시켰을 때 드러나는 격한 반응을 나타내는 실험을 했다. 문제는 이 실험결과를 ‘폭력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폭력성을 보인다’는 메시지의 근거로 쓴 것이다.

누리꾼들은 이에 다른 작업장에서도 갑자기 불이 나가거나 정전될 경우 누구나 순간적으로 격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어떻게 정전 실험으로 ‘폭력게임이 아이들의 폭력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MBC는 지난 13일 <뉴스데스크>의 뉴스플러스 리포트 ‘잔인한 게임 난폭해진 아이들’에서 청소년들이 요즘 가장 많이 즐기는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등 폭력적인 반응을 드러내는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사람을 아무 이유없이 죽이는 게임을 흉내낸 동영상까지 유포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폭력적인 게임이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부추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한 리포트였다.

그러나 문제는 MBC 취재진이 이 메시지를 입증하기 위해 벌인 실험이었다. MBC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 있는 피씨방 곳곳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한 뒤,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 컴퓨터의 전원을 순간적으로 모두 꺼봤다”고 설명한 뒤 게임을 하고 있던 청소년들이 “어? 뭐야! 아~ 씨X!! 이기고 있었는데! 미치겠다” 등의 반응을 보인 장면을 내보냈다.

   
13일 저녁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MBC는 이를 두고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온다.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방해하는 방해물이 나타난다던지 이런 경우에는 과다한 공격이 일어나면서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이밖에도 폭력게임을 한 아이들과 하지 않은 아이들의 심리 테스트 결과, 폭력 게임을 하고 난 뒤의 아이들에게서 공격성이 두드러졌다고 보도했다. MBC는 “아무래도 사리 분별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력적 게임은 실제 폭력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폭력게임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정전이 됐을 때의 반응과 다른 작업에 몰두한 상황에서 정전됐을 때의 반응이 무엇이 다르느냐고 비판했다. 해당 리포트의 온라인 댓글란에 아이디 ‘knight20564’는 “집에서 밥먹는데 밥상 뒤집어 엎어봐라 욕 안나오나, 그러면 밥이 폭력성을 부르겠다고 할 것인가. 또한 열심히 공부하는데 다 엎으면 화안나겠나,  그럼 공부가 분노를 부르기때문에 공부 하면 안되겠다고 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foodnjoy’도 “모 정부부처에서 예산을 위해 게임=마약 논리를 들이밀며 삽질을 하는데 MBC가 그 하수인 인증하는 것이냐”라며 “생방송중 스튜디오 발전기까지 꺼보시던지, 가요프로 인기그룹 나왔을때 무대 조명 내리시던지, 극장 클라이막스일때 정전시켜보시던지, 월드컵 국가대표 대박경기일때 치킨집 프로젝터 꺼보시던지, 데스크 기자들 업무 한참 하고있는데 윈도 다운시켜 보시던지”라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 ‘gogozombi’ 역시 “실수로 노인정 옆에서 넘어지면서 바둑판을 엎었는데, 사과를 하는데도 (노인들이) 욕을 하면서 빗자루를 휘두르더라, 바둑의 폭력성을 체험 했다”라는 풍자를 했다.

   
13일 저녁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아이디 ‘UNA3’는 “초등학생들 욕하는 것 보기 안좋은데 그 욕을 게임이 가르치는 것이냐, 아니면 욕을 배워서 게임에 사용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리포트를 한 유충환 MBC 기자는 “폭력게임 중일때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고, 게임을 하고난 뒤 심리테스트의 결과는 어떠한지를 통해 폭력게임과 아이들의 폭력성의 상관성을 도출한 것”이라며 “(정전 실험의 경우) 여러 근거 가운데 하나로 한 실험이었는데, 다소 정밀하진 않았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인터뷰와 연구결과도 있었기 때문에 반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유 기자는 “폭력게임이 과격한 행동을 낳는다는 과거 유사한 사례도 있었다”며 “우리 실험 자체가 큰 문제라고 보지는 않으며, 리포트에서 말하고자 한 결론이 잘못됐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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