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몸에서 나온 탄환 및 파편 가운데 우리 해군이 쏜 총탄이 들어있는 것으로 해경 수사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피랍 선원 구출작전은 ‘완전 성공’으로만, 석 선장의 부상은 해적의 표적 총격에 의한 것으로만 알고 있던 국민들은 MB정부와 언론의 군사작전 홍보에 완전히 속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언론은 군과 경찰의 말만 믿고 보도하다가 결국 석 선장 용태 등에 대해서 있을 수 없는 오보를 낸 꼴이 됐다.

석 선장은 그동안 해적들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처음부터 석 선장은 해적들이 쏜 총에 맞았다고 발표했다. 군은 석 선장이 청해부대원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 의료진이 지난 26일 2차 수술을 통해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몸 속에서 제거한 총탄. @연합뉴스
 
언론들도 ‘청해부대원들이 진입하자 해적 가운데 한 명이 선교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석 선장을 찾아내 연발 사격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해적이 청해부대의 진압작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석 선장을 찾아내 총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교전과정에서 석 선장이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해적들이 압송된 이후에는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으로 ‘모하메트 아라이’가 지목됐다. 대다수 신문과 방송들은 “아라이가 석 선장에게 4발의 총격을 가했다”는 ‘선원들의 진술’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언론들의 이같은 보도는 주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의 증언’을 옮긴 것이긴 했지만, 진압작전 직후에는 군 당국에서 확인해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해적들 압송 이후에는 군과 경찰 쪽에서 나온 것을 토대로 인용 보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의 보도 내용은 해경 수사 결과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교전과정에서 석 선장이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부대의 진압작전 때 해적들이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세웠을 뿐 아니라 석 선장이 우리 군의 총탄에 맞은 것이라는 해경의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해적들의 표적 총격에 의한 부상이라는 그동안의 언론 보도가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중앙일보 2월2일자 6면.
 
해경 수사 결과 발표 이전에는 석 선장의 다른 피격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대다수 언론들과는 달리 누리꾼들은 지난 1일부터 트위터와 다음 아고라 등에서 석 선장의 몸에서 빼낸 총탄이 UDT 대원이 쏜 MP5 탄환이라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해 대조를 보였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27일 오만 현지에서 촬영 보도한 탄환 모습이 단초가 됐다.

국방부는 그러나 아고라에 해명자료를 내어 “석 선장의 총상은 해적이 쏜 총에 의한 것이며 옆에서 목격한 갑판장 김OO씨가 진술한 사실”이라며 “석 선장이 인질로 잡혀있던 장소엔 교전이 일어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군 관계자들도 보수인터넷매체와 인터뷰에서 “황당한 음모론”, “인터넷은 음모론 양성소” 라며 의혹 제기를 ‘근거없는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이에 대해 “해경의 발표는 합리적 의심이나 상식적인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근거없는 의혹 제기라고 매도해온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언론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해 결국 일반인인 누리꾼들이 대신 문제 제기를 했다가 수사를 받거나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며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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