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하는데 대화만큼 좋은 것도 없다. 대화의 전제조건은 신뢰와 상호의사교환이다. 거짓과 과장, 일방통행식은 대화도 홍보도 아니다. 그것은 온갖 기만을 내세운 선전, 선동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1일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SBS를 비롯해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3사와 YTN 등 케이블TV로 1시간 30분 동안 소통을 시도했다.

이 대통령의 ‘대통령과의 대화’는 기획과 구성, 토론자 선정 등 방송제작의 핵심 부분마저 방송사를 제치고 청와대에서 도맡아 진행해 ‘월권’논란을 야기했다. 방송제작 자율성을 심대하고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서도 불도저식 ‘자기고집’을 관철해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1일 청와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국정현안에 대해 말했다. ⓒ사진출처-청와대
 
‘대화’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처음부터 내용은 일방적 ‘선전’으로 흘렀다. 대화의 원칙, 소통의 기본에 대한 인식부족은 결국 ‘고장난 불도저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아래 인용 부분은 앞으로 당분간 현안이 될 것이라는 점, 대통령이 노린 ‘홍보효과’를 반감 정도가 아니라 역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정리한다.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는 그 당시 여러 가지 정치상황이 있었고, 지난번 대국민 발표문에서 얘기했지만 내가 거기에선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이 선거 과정에서 있었다고 밝혔다.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발언을 계기로 ‘레임덕’현상을 더욱 재촉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충청권이나 야권의 반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자신의 말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편의한 자기멋대로식의 사고방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점은 그를 지지하는 부류에게도 실망스런 부분이 될 것이다.
또한 ‘공약집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바로 ‘공약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된만큼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치않는 불도저식 저돌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임기가 끝나면, 그를 둘러싼 BBK, 도곡동땅의 진실문제 등은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어쩌면 임기전 묻혀졌던 진실을 용감하게 파헤치는 언론보도를 보게 될 지도 모른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을 국정화두로 내세웠던 이명박 대통령. 일방통행식 고장난 불도저의 삽질은 국민을 통치대상 혹은 현대주식회사의 ‘쫄다구’ 취급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섬기려는 대상에 대해서는 이렇게 무책임하고 신의없는 말, 자신의 공약도 하루아침에 뒤집어버리는 짓을 저지를 수는 없는 법이기때문이다.

대통령의 불행은 국가의 불행이고 국민의 불운이다. 대통령 발언의 ‘전문 마사지사’가 사라진 지금, 신뢰없는 대통령의 말은 대화도 홍보도 아닌 저급 선전으로 오히려 반발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는 ‘보다 철저히 검증된 후보,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후보는 절대로 뽑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청와대발 전국 생중계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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