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기 위한 1차 작전 실패 사실을 보도한 부산일보와 부산일보 기사를 인용 보도한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대해 국방부가 정부 모든 부처에 기자실 출입을 제한하고, 보도자료 제공 중지 등 제재를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정부가 나서서 모든 부처의 출입과 취재자료 제공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긴급조치를 통해 모든 언론보도를 통제했던 군사정부 시절 이래 사상 초유여서 현 정부가 집권후반기 들어 이를 계기로 특정 언론사 통제를 통해 모든 언론에 대해 길들이기를 하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오후 군의 작전 성공 관련 브리핑을 한 직후 부산일보와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국방부 출입금지 및 취재자료 제공 금지 조치를 결정하고, 다른 모든 정부부처에도 이런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방부가 김관진장관 명의로 21일 감사원장부터 기상청장까지 38개 부처·청 기관장과 대변인 앞으로 보낸 공문에 따르면 국방부는 부산일보와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대해 △출입기자 기자실 출입 제한조치 △사전 보도자료 제공 중지 등의 제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해당 매체는 공익을 위한다는 언론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어긋난 바, 범정부차원의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이 정보 통제 및 보도 자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 모든 부처의 기자실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하고, 보도 자료 제공을 금지하는 등 사실상 정부 부처에 대한 모든 취재를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은 언론사상 초유의 일이다. 군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앞으로 군 당국이 실시하는 모든 작전과 관련한 보도에서 언론이 언론통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특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이런 사상 초유의 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이번 일로 (군 작전 수행에) 굉장한 위협이 생길 수 있으며 (이후에도) 경각심을 (다른 부처도) 서로 갖기 위해서 경고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미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엠바고를 위반했다는 여부를 떠나 인질(선원)과 작전수행을 하는 군의 안전이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협조해줬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 그는 “무기한은 아니지만 아직 기한을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군에서 나오는 정보에 대한 보도통제와 취재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변인은 “정부나 군이 어떻게 보도를 통제하겠느냐. 다만 이런 문제엔 협조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라며 “우리가 부처에 제안을 했기 때문에 출입 및 취재자료제공 금지는 각 부처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백병규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부산일보나 미디어오늘 등이 보도한 것은 실패로 끝난 1차 작전 사항에 관한 것이었다.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됐던 내용까지를 보도하지 말라고 요청하는 것이 넌센스”라고 지적하고 “이같은 보도가 군의 작전에 차질을 주었다는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정부 모든 부처에 대한 기자실 출입 등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군은 우선 보도내용 가운데 어떤 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적시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병규 편집국장은 “객관적으로 납득할만한 사유도 제시하지 않고 군의 보도통제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런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언론 통제이자 국민 알권리에 대한 심대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도 국방부의 제재 조치에 대해 “명박한 월권행위이며 비법적인 조치”라며 “자체적인 취재를 통해 확인해서 보도한 것을 두고 엉뚱하게 우리가 엠바고를 파기했다는 논리로 국방부 이외에 경제부처나 문화부처 등에 대한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자 국민의 알권리를 크게 침해하는 행위로 법적 대응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편집국장은 국방부가 엠바고 파기를 문제삼고 있는 것에 대해 “이번 엠바고는 국방부가 출입기자단에 요청해 출입기자단이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작전 상황에 대한 브리핑도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산일보는 국방부에 출입하는 기자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아시아투데이는 이날 오전 국방부장관 앞으로 이 같은 공문 자체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직권남용 혐의로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국방부에 통보했다. 박정규 아시아투데이 편집국장은 "유신정권 때도 이런 일이 없었다"며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에도 없는 언론탄압"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국방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청와대가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엠바고 파기 주체는 해당 부처만 해당되는 것인데, 전 부처까지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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