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던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청해부대 최영함의 작전으로 모두 구출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와 지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은 이번 구출작전명을 ‘아덴만 여명’이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 특명작전’이었던 셈이다. 군의 작전 성공을 국민들에게 처음 알린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특명작전은 지난 16일 청와대 긴급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AFP통신은 이날 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써서’(to take "all possile measure") 삼호주얼리호와 선원을 구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특명’이 내려지자 군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였다. 이 대통령의 언급 직후 군은 아덴만에 머물던 4500t급 구축함인 최영함을 현지로 급파했다.

그러나 대통령 ‘특명작전’은 1차 해적 진압및 선원 구출작전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정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국방부가 기자들에 브리핑한 바에 따르면, 현지에 도착한 최영함은 18일 밤 8시9분(한국시각) 삼호주얼리호의 해적들이 자선을 타고 몽골어선으로 추정되는 선박 탈취를 시도하려 하자 즉각 작전에 나섰다. 해적 일부가 분산된 상황을 작전의 호기로 판단했다.

   
  ▲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피랍선원 구출 대국민담화. ⓒKBS 뉴스특보  
 
링스헬기까지 동원한 1차 진압 및 구출작전은 그러나 해적들의 완강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고속단정으로 삼호주얼리호에 접근하던 특수전 요원들이 해적들의 응사로 3명이 부상당하면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군은 이 작전으로 자선에 타고 있었던 해적들 역시 사살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사살 인원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갖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후 해적에게 투항할 것을 종용하는 선무방송과 경고사격을 계속하며 삼호주얼리호를 추적했다.

1차 작전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진압및 구출작전은 위기를 맞았지만, 군은 추가 작전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군 당국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언론 보도였다. 군은 선제적으로 언론 보도를 막는데 나섰다. 18일 밤에 즉각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1차 진압 및 구출작전이 좌절된 경과를 비교적 소상히 알리고, 기자들의 협조를 구했다. 군은 작전이 ‘계속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관련 보도를 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 군은 작전상황이 보도돼 그 내용이 유포될 경우 선원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군의 추후 작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하지만, 1차 작전이 끝난 상황에서 군의 이같은 설명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대목이 많았다. 1차 작전으로 해적들이 ‘초경계상태’에 들어가 있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미 완료된 작전 내용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과연 현지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선제적으로 작전 상황을 설명하고 보도유예를 요청한 것은 1차 작전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 알려질 경우 예상되는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더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군의 보도유예 요청(엠바고)을 외신 보도가 나오지 않는 한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군으로서는 일단 시간을 번 셈이었다.

그러나 부산일보가  20일 1면 머리기사로 청해부대가 진압작전에 나섰지만 총격전이 벌어져 특전 요원 3명이 부상당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군의 엠바고는 깨졌다. 군과 정부는 모든 채널을 동원해 더 이상의 보도를 막기 위해 총력을 경주했다. 부산일보 기사를 인용 보도한 미디어오늘 등에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가 하면 포털사이트에도 관련 기사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다. 인질들의 생명과 안전이 우려된다는 점을 앞세웠지만, 작전이 계속 진행중인 만큼 종료 때까지 참아달라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린 것이었다. 대통령의 ‘특명작전’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군의 2차 진압작전은 이 때 이미 예고됐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군은 21일 새벽 2차 작전에 돌입해 5시간 만에 우리 선원 8명을 포함한 21명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 ‘대통령 특명작전’이 성공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청와대와 군은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그 전날인 20일 오후 5시12분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작전개시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이 이 대통령의 특명작전이었음을, 또 이 대통령이 작전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던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군은 해외 파병 부대가 군사작전으로 피랍 선원 구출이라는사상 첫 전과를 올렸다. 선장이 총상을 입긴 했지만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작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한국 선박에 대한 해적들의 나포에 일정한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차 작전이 실패했던 것은 자칫 인질들의 생명과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찔한 순간이었다. 군이 치밀한 준비 없이 너무 서둘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냉정한 분석과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1차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군의 엠바고 요청을 모든 언론들이 수용한 것도 논란거리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작전’이라고 해서 당초의 ‘실패 가능성’과 그것이 초래할 ‘비극적 결과’의 개연성에 대한 우려까지를 불식시켜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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