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의 선원 구출을 위한 우리 해군의 작전이 무척 위험천만한 것이었으며, 선원들의 안전 대책을 마련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선박이 나포된 상태에서 벌인 작전은 어려울 뿐 아니라 위험천만한 일이었다”며 "인질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조치를 마련하고 작전에 들어갔는지도 의문"이라며 군 작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번 인질 구출작전에 대해 “남의 나라 해역에서 작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전면전도 아닌 부분전투에서 작전을 벌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 선원 등 인질들의 희생을 감수했다면 모르겠지만,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큰 피해없이 성공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실패하거나 설령 성공했다 해도 우리에게 유혈사태를 낳으면 향후 현지 해적들이 한국 배들에 대해 되레 더욱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해적이 맘먹고 죽기살기로 나오면 군사력이 아무리 우세해도 대응하기가 난감하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특히 군의 작전 시점이 적절했는지, 또 해적들의 전투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작전에 들어갔는지 하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소장은 “납치되고 있는 순간을 포착했거나, 해적들이 선상 내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았을 때 구출작전을 감행했다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 훌륭한 대응을 했다고 평가받았을 것”이지만 "배가 해적들에게 완전히 제압당한 상황에서 작전이 들어갔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소말리아 해적이 오랜 내전으로 우리 군보다 상대적으로 실전 경험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군이 이번 작전과 관련해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하고, 거의 모든 언론들이 엠바고를 수용한 것을 두고는 이미 작전이 개시된 상황에서의 하는 보도통제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 ⓒ연합뉴스  
 

김 소장은 "협상을 하고 있거나 군사작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언론 보도 시점을 조절할 필요가 있고, 언론도 협조할 사안이지만 군사작전에 일단 들어간 상태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며 "언론이 조용하다고 공격한 사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군의 이 같은 작전 사실을 알고 있는 다수 언론이 군의 작전 직후 선진국의 피랍 선원 구출작전을 성공사례 위주로 소개하며 작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김 소장은 “성공사례 위주의 보도를 많이 했는데, 성공 뿐 아니라 실패 사례도 같이 소개해주어야 했다”며 “군사력이 아무리 약해도 소규모 부분전투에서는 얼마든지 성공할 수도 있고, 아무리 강해도 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과 20일 저녁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우리 해군이 소말리아 피랍 선박 삼호주얼리호에 인질 구출작전을 벌였으나 선원들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남의 나라 해역에서 작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더구나 전면전도 아닌 부분전투에서 작전을 벌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우리 선원 등 인질들의 생명의 희생을 감수했다면 몰라도, 만약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또한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였으면 몰라도 이미 우리 선박이 나포된 상태에서 작전한다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해적과 타협하지 않고, 이번에 군사적으로 해적들을 진압해 차후에 한국 어선에 대한 해적들의 납치 행위를 사전 차단하고자 하는 취지의 작전이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나오는데.
“우리 군은 과거부터 ‘대양해군’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우리 민간 선박이 피랍되는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마치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낼 것처럼 강조해왔는데, 이번 사례를 통해 무력으로 인질을 구출하고 해적을 진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

-군사력만으로 보면 해적들을 충분히 진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군사작전은 해적선을 폭격하는 식의 전면전이 아니면 어렵다. 국민들 역시 우리가 군대를 파견하면 반드시 완벽한 승리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또 그런 기대감을 부풀려온 해군도 반성해야 한다.”

-일단 지난 18일 밤에 개시된 작전에서 인질로 잡힌 우리 선원을 구출하지 못한 상황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번에 큰 피해없이 성공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실패로 귀결된다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성공했다해도 유혈사태가 동반될 경우 현지 해적들이 한국 배들에 대해 되레 더 공격적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해적이 맘먹고 죽기살기로 나오면 군사력이 아무리 우세해도 대응하기가 난감하다. 이제라도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번에 우리 군이 협상 대신 군사작전을 벌인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반복되는 한국 선박 피랍에) 우리 군이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졌던 것 같다. 또한 군인으로서 납치된 우리 선원을 구출하고, 해적을 소탕해 전공을 세우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언론 역시 선진국들의 구출작전 성공사례 위주의 보도를 많이 했는데, 성공 뿐 아니라 실패 사례도 보여줬어야 했다. 군사력이 아무리 약해도 소규모 부분전투에서는 얼마든지 성공할 수도 있고, 아무리 강해도 패할 수 있다.”

-이번에 우리 군이 시도한 군사작전이 부적절했다고 보는가.
“해적 진압및 선원구출작전은 ‘접적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과 함께 ‘인질 구출작전 때 인질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수립됐느냐’ 하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질을 안전하게 구해내지 못한다면 구출작전은 무조건 실패다. 해적들 역시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작전을 시도하기 불리했던 상황이라고 봐야 하나.
“우선, 이번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납치되고 있는 순간을 포착했거나, 해적들이 선상 내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았을 때 구출작전을 감행했다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 훌륭한 대응을 했다고 평가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배가 해적들에게 완전히 제압당한 상황에서 작전이 들어갔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배를 탈취한 해적이라면 웬만한 군사작전에는 닳고 닳았을 수 있는데 반해 우리 군은 전력이 우세하다 해도 실전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소말리아 해적은 오랜 내전으로 이런 전투에 능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작전을 벌인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작전이 개시된 직후 언론에 보도자제를 요청했는데, 언론은 작전완료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은가.
“보도통제를 한 것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협상을 하고 있거나 군사작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언론보도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 유의미하겠지만 일단 군사작전에 들어가는 순간 언론 통제는 별 의미가 없다. 언론이 조용하다고 공격한 사실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작전이 시작되고 나면 보도통제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만에 하나 생길지 모르는 실패의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회피하기 위한 보도통제라면 그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군은 사전에 포괄적 엠바고를 걸어두고, 부산일보의 첫 보도 이후에도 철저히 이를 유지했으며, 언론도 대부분 이를 수용했는데.
“보도를 통제해야 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국방부든 언론이든 왜 그런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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