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업자 수가 32만3천명 늘어났다는 통계청 발표를 두고 상당수 언론이 6년 만에 최대 폭이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 25만명을 훌쩍 넘겼다느니 하면서 의미 부여에 한창이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가 19만1천명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세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전혀 딴 판이다.

일단 2009년 신규 취업자 수가 7만2천명 줄어든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데다 신규 취업자 가운데 기능·기계와 조작·조립, 단순 노무자 부문이 33만1천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임금 근로자와 임금 근로자 가운데서도 임시 근로자 감소 폭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는 늘었지만 질적으로 오히려 악화됐다는 이야기다.

   
  ▲ 실업률이 낮아지는데 고용률도 같이 낮아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실업률은 3.5%, 고용률은 58.7%. ⓒ통계청, 솔로몬투자증권.  
 

고용률이 58.7%에 그쳤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정확한 취업 동향을 파악하려면 단순한 취업자 수 증감보다 고용률을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2004년에서 2008년까지 5개년 동안 고용률 평균은 59.7%였는데 오히려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늘어난 취업자 대부분이 50대라는 사실도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50대 취업자 수는 2009년 대비 29만4천명이나 늘어났고 60대 이상 취업자 수도 13만9천명이나 늘어났다. 50대 이상의 신규 일자리는 대부분 임시직으로 실제 고용의 질은 거의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후퇴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20대 취업자 수는 9만6천명이나 줄어들었다.

실업자 수 85만3천명, 실업률 3.5%라는 통계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9.1%의 미국이나 10.0%의 프랑스, 6.1%의 독일, 4.8%의 일본과 비교해서 매우 낮은 편이지만 이는 애초에 실업률 통계 작성 방법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실업률과 고용률이 동시에 낮게 나타나는 모순도 이런 엉터리 통계에서 비롯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4080만3천명인데 이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가 1626만5천명이나 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 다시 말해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비경제활동인구로 잡느냐에 따라 실업률이 들쭉날쭉하게 된다.

   
  ▲ 실업자로 분류돼야 할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면서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통계청, 미디어오늘.  
 

우리나라는 1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을 한 사람은 취업자로 분류하는 반면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생, 가정주부를 비롯해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을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게 된다. 취업 준비생과 백수, 주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을 더할 경우 실질 실업률이 15%를 웃돌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는 2009년의 기저효과가 불러온 착시현상이며 50대 이상 단순 노무자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20대와 30대 취업자 수는 정체 수준이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고용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통계적 오류를 제거하면 실질 실업률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솔로몬투자증권 신병길 연구원은 "단순노무적인 일을 하는 비임금 근로자와 임시 근로자의 큰 폭 증가가 12월 고용호조에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난해 빠르게 고용사정이 회복됐지만 큰 폭의 취업자 수 증가에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을 했고, 구직 포기자의 영향이 커서 실제 취업자들이 체감하는 고용 사정과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이러한 통계상의 맹점을 보완해줄 지표가 바로 고용률인데, 금융위기 이전에는 59% 후반 수준을 기록했던 고용률이 지난해 고용사정 개선에도 불구하고 58.7%에 그쳤다"면서 "올해도 경제성장에 따른 투자 사이클 진행으로 고용이 추세적으로 개선되겠지만 그 속도는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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