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경북 안동 검・방역당국이 구제역 발생상황을 상부에 최초 보고하면서 농가의 첫 신고 접수날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7일 제기됐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11월29일이었지만 이미 6일 전인 23일 농가에서 첫 의심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당시 간이키트 검사만으로 구제역이 아니라고 오진을 내렸던 검・방역 당국이 농장주에게 신고날짜를 28일로 허위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에 따르면 첫 구제역 의심신고를 했던 안동 서현양돈단지 내 농장주 Y씨는 최근 검・방역당국으로부터 의심증세 발병과 신고 날짜를 지난해 11월23일이 아닌 28일로 허위 진술해 달라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 매일신문 1월7일자 1면  
 
농장주 Y씨는 “이 부탁에 따라 언론이나 묻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오히려 구제역 감염 진원지로 의심을 받는 핑계거리가 됐다”며 “지금 내가 이렇게 구제역 감염 진원지로 의심을 받는 것은 이 사람들 때문”이라고 취재를 나온 기자들에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가축위생시험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Y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검・방역당국은 또, 초기 대응과정에서도 오판을 내려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북 가축위생시험소는 구제역 확정 판정이 나오기 전 Y씨를 포함한 3명의 축산농가로부터 모두 4차례의 의심축 신고를 받았지만 구제역 간이키트 결과만으로 음성 판정을 내렸다. 당시 Y씨는 자신의 축사에서 돼지가 무더기로 폐사하자 수의사에게 의뢰해 질병원인 조사에 나서는 등 자체 방역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제역 증상이 분명한데도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것에 의혹을 가진 다른 농장주 K씨가 11월28일 다시 의심축 추가 신고를 하자 검역당국은 그제서야 의심축 시료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으로 보냈고, 다음날인 29일 모두 양성판정을 받았다.

경북 가축위생시험소가 4차례나 오진판정을 내리고 잘못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매일신문의 권동순 기자는 7일 전화통화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를 받은 뒤 간이키트 검사만으로 구제역이 아니라는 오판을 하고, 구제역으로 확인된 이후에는 첫 신고 농장주에게 신고날짜를 허위로 진술해달라는 부탁까지 하는 등 구제역 확산 원인이 검・방역당국에 있는데도 정부가 책임을 축산 농가에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기자는 “일주일 전에 이미 첫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11월29일 현장을 찾은 유정복 농림수산부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한 구제역 발생 상황보고서에서는 누락돼 있다”며 “검역당국이 첫 의심축 신고를 누락시키고 11월26일을 첫 신고 시점으로 보고한 것은 48시간 안에 당국이 즉각 구제역 방역대책에 나선 것으로 상황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권 기자는 또 “만약 첫 신고가 있었을 때 정밀검사를 통해 구제역 발생을 확인하고 대처했다면 지금처럼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매일신문 1월3일자 1면  
 
권 기자는 이어 구제역 첫 검사에서 오판하고 늑장 대처에 나선 책임이 검・방역당국에 있는데 정부가 그 책임소재를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기자는 “사태 초기에 언론들이 베트남에 다녀온 축산농민 때문에 구제역이 발병한 것처럼 일제히 보도하고 나선 것은 지역 방역대책본부에서 역학조사 과정에서 검토 중이었던 사안을 기자들에게 흘렸기 때문인데 이후 구제역과 여행을 다녀온 농민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구제역의 모든 책임을 축산농가에 떠넘겨 축산업을 허가제로 바꾸고 가축관련 질병법을 강화하겠다는 기가 막힌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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