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신분의 비(非)사회주의권 시민들이 북한을 여행할 수 있을까? 매튜 레이첼과 닉 영이란 이름의 20대 미국 청년 두 명이 이른바 '평양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고 영국 BBC가 지난 3일 인터넷판 뉴스로 보도했다.
 
과거 냉전적 시각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첨병국의 범사회주의국 방문기쯤 되는 셈. 레이첼과 영의 관심은 그러나 이념을 넘어선 호기심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의 학생과 교수들이 북한을 방문해 현지학생 및 주민들과 대면할 수 있도록 '풀뿌리 소통'을 기획했을 뿐이다. 일종의 '탐방프로그램'인 셈이다.
 
평양프로젝트는 브라운대 4학년에 재학중인 레이첼이 직접 고안했으며, 친구인 닉 영과 함께 미국과 중국의 북한영사관에서 북한 당국자와 만난 뒤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이들이 직접 북한 당국자와 접촉하기로 결심한 것은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일방적으로’ 전하고 있는 ‘은둔의 국가’ 북한의 실상을 알고 싶어서였다. 
 

   
  ▲ BBC 캡쳐 화면  
 
그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과 현지 가이드가 안내하는 '여행프로그램'으로 프로젝트를 나눠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지대학을 탐방하고 시내를 거닐면서 북한 주민과 직접 대화도 할 수 있는 게 여타 북한 여행프로그램과 다른 지점이라고 BBC는 소개했다.
 
북한의 반응도 주목거리다. 북한 당국은 의외로 선선하게 이들의 ‘평양 프로젝트’를 수용했다. 이들 참가자들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평양 프로젝트로 북한을 방문했던 한 방문객은 원산 해수욕장에서 수천명의 일반 해수욕객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다. 위스콘신 출신의 27살 데이브 필즈는 “북한 관계자들은 우리를 원산 해수욕장에 데려다 주고 좋은 시간을 갖으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사람들은 매우 쾌활했고, 우리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자신들과 함께 이야기하자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이빙대에 올라 다이빙해보라고 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평양 프로젝트는 현재 3가지 프로그램으로 분화중에 있다. 김일성 대학에서의 워크숍 혹은 코스 위주의 프로그램과 여행 위주의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또 2개월 과정의 북한 최초의 외국인 과정을 김일성대학에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BBC는 20대 미국 청년들의 ‘평양프로젝트’ 소식을 전하면서 서방국가 시민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전적으로 합법적”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여권이 있고 북한 비자를 받으면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북한의 공식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북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BBC는 지난해 말 이른바 '연평도 사건'이 이후 한반도 긴장 상태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들의 평양프로젝트 또한 영향 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고 보았다. 하지만, 평양프로젝트를 시작한 레이첼은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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