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헌 결정을 이끌어 낸 박찬종(사진)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때에도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되며, 그런 경우라 해도 최소한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이를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명확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데다,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이번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3일 박 변호사는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경우, 사람을 모욕한 경우 처벌토록 한 정보통신망법 70조를 적용할 수 없자 고물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1961년 제정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을 들이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하자 이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헌재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박씨가 구속과 재단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심리적인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 때문에 거식증이 생겨 살이 40kg이나 빠지기도 했다. 험난한 과정을 통해 1년 8개월 만에야 비로소 박씨는 자유인이 된 것이다.
- 헌재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게 된 이유는.
▲ 박찬종 변호사 | ||
- 헌재 위헌 결정, 어떤 의미가 있나.
“헌재가 위헌이라 결정한 이유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의 통신을 한 자’에 책임을 묻게 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의 ‘공익’이라는 개념과 ‘해’의 정도가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는 점과, 수사기관이 이를 남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때에도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되며, 그런 경우라 해도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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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체포 당시 검찰이 전기통신기본법을 과도하게 적용했다는 비판도 일었는데.
“이 법은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61년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법은 고기잡이 어선이 기지국과 통신할 때 허위로 하지 않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40여 년이 지난 뒤 유언비어를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자 고물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법률을 끄집어낸 것이다. 1986년 제정된 정보통신망법 70조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람을 모욕(사이버 모욕)한 경우 처벌하게 돼 있는데 박씨의 경우 사람을 비방한 게 아니니 이 법으로 처벌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전기통신기본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애초 걸지 못할 법으로 건 것이다.”
- 헌재 결정 뒤 일부 언론은 유언비어를 처벌한 법이 없어졌다며 대체입법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결정이 나온 뒤에 사람들이 물어본다. 그럼 인터넷에 허위로 글을 써도 무방하냐고. 물론 인터넷에 마구잡이로 사실과 다른 글을 써서는 안 된다. 좋은 말씨로 좋은 내용의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있고 이를 지나치게 일탈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 물론,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국민성이 성숙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체입법 얘기가 나오는데 법률은 그 시대 국민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다.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