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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걸지 못할 법이었다”
“애초 걸지 못할 법이었다”
[인터뷰] 위헌 이끌어 낸 미네르바 변호인 박찬종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헌 결정을 이끌어 낸 박찬종(사진)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때에도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되며, 그런 경우라 해도 최소한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이를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명확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데다,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이번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3일 박 변호사는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경우, 사람을 모욕한 경우 처벌토록 한 정보통신망법 70조를 적용할 수 없자 고물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1961년 제정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을 들이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하자 이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헌재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박씨가 구속과 재단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심리적인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 때문에 거식증이 생겨 살이 40kg이나 빠지기도 했다. 험난한 과정을 통해 1년 8개월 만에야 비로소 박씨는 자유인이 된 것이다.

- 헌재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게 된 이유는.

   
  ▲ 박찬종 변호사  
 
“박씨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유부터 얘기하겠다. 박씨는 지난 2008년 인터넷에 280건의 글을 올렸다. 검찰은 그 중 2건이 공익을 해칠 수 있다며 문제 삼았다. 박씨가 쓴 글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미세한 부분에서 어긋나는 점은 있었지만, 박씨의 글이 허위사실은 아니었다. 공익을 해칠 의도 역시 없었다. 그래서 2009년 4월 1심서 무죄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검사가 항소했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았으면 우리도 위헌제청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항소에 방어벽을 치는 차원에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 헌재 위헌 결정, 어떤 의미가 있나.
“헌재가 위헌이라 결정한 이유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의 통신을 한 자’에 책임을 묻게 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의 ‘공익’이라는 개념과 ‘해’의 정도가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는 점과, 수사기관이 이를 남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때에도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되며, 그런 경우라 해도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취지다.”

- 미네르바 체포 당시 검찰이 전기통신기본법을 과도하게 적용했다는 비판도 일었는데.
“이 법은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61년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법은 고기잡이 어선이 기지국과 통신할 때 허위로 하지 않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40여 년이 지난 뒤 유언비어를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자 고물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법률을 끄집어낸 것이다. 1986년 제정된 정보통신망법 70조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람을 모욕(사이버 모욕)한 경우 처벌하게 돼 있는데 박씨의 경우 사람을 비방한 게 아니니 이 법으로 처벌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전기통신기본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애초 걸지 못할 법으로 건 것이다.”

- 헌재 결정 뒤 일부 언론은 유언비어를 처벌한 법이 없어졌다며 대체입법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결정이 나온 뒤에 사람들이 물어본다. 그럼 인터넷에 허위로 글을 써도 무방하냐고. 물론 인터넷에 마구잡이로 사실과 다른 글을 써서는 안 된다. 좋은 말씨로 좋은 내용의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있고 이를 지나치게 일탈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 물론,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국민성이 성숙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체입법 얘기가 나오는데 법률은 그 시대 국민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다.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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