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이번 위헌 결정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허위사실’ 유포를 단속하고 처벌하려는 권력의 ‘언론탄압’에 대한 분명한 경고였다. 하지만, 보수신문들은 헌재의 이같은 위헌 결정의 취지를 외면하고, 일제히 대체 입법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형적인 쟁점 바꾸기다.

헌재 위헌 결정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 12월 29일,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그럼 유언비어 단속은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를 전했다. 조선은 이날 사설 <인터넷 유언비어 막을 법적 장치 서두르라>에서 “우리사회는 무슨 일만 터지면 인터넷 유언비어가 판을 쳐 홍역을 치러왔다”며 촛불집회 당시와 천안함 사고 당시를 언급했다. 동아는 이날 1면 <“인터넷 허위글 처벌조항 위헌”> 기사에서 “유언비어 유포행위를 처벌하지 못하는 법적 공백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구한 것이 대체입법이다. 문화는 이날 사설 <반사회 인터넷 유언비어…‘규제특례법’ 화급하다>에서 “앞으로 유사한 혹은 더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날조되고 사이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어도 법적으로는 단속도 제재도 할 수 없게 됐다”며 “대안입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중앙도 이날 사설 <인터넷 유언비어 방치할 수 없다>에서 “유언비어·왜곡 선동 차단할 법을 정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보수 신문들은 설령 ‘허위사실’일지라도 기본적으로는 언론·출판 자유의 영역에서 그 표현이 보장돼야 한다는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는 외면하고, ‘허위사실은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폈다. 이들 신문들이 이런 주장을 펴자면 헌재의 위헌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했어야 옳다.

하지만 이들 신문들은 헌재의 위헌 결정은 결정대로 전하면서도 헌재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던 ‘허위사실 유포 처벌’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 헌재 결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헌재 위헌 결정을 단지 하나의 법조문의 효력 상실 정도로 치부하는 발상이다. 결국 이 법조문의 실효로 유언비어 처벌에 대한 ‘법적 공백’이 발생한 만큼 ‘대체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보수식 프레임’으로 헌재 결정의 취지를 희석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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