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로 시작, 김정은 후계구도 공식화와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거치며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최근 언론이 신뢰하기 어려운 북한 관련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쿠데타 대비용으로 양강도에 탱크를 배치했다’(12월 30일), ‘북한군 내에 탈영병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에 김정은이 격노했다’(12월 31일)는 뉴스가 대표적으로, MBC·조선일보·동아일보·연합뉴스 등 대다수 주요 언론이 이를 보도했으며 일부는 포털사이트 ‘톱뉴스’로도 전송했다.

위 두 기사의 공통점은 모두 같은 출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의회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서울지국발 기사로서, ‘북한 고위층 호화주택 단지 70여곳’(1월 3일), ‘북한 주민들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도 먹는다’(12월 30일), ‘평양 폭격 소문에 대학생들 집단결석’(12월 23일) 등 한두달 새 ‘뜨거웠던’ 북한 관련 기사는 대부분 이곳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될 정도다.

RFA 서울지국 측은 탈북자나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한 북한 내 ‘소식통’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MBC '뉴스데스크' 12월 31일자 보도  
 
이명박 정부 ‘사실 확인’ 태만도 논란 부추겨

하지만 일부 언론은 RFA 서울지국발 뉴스의 신뢰성에 고개를 갸웃한다. 북한 내 고위 관계자도 알기 어려운 지나치게 구체적인 정보가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한 일간지 외교 담당 데스크는 “탈영병 속출과 관련해 김정은이 격노했다는 뉴스의 취재원이 ‘국경경비대 소대장’이던데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런 뉴스는 인용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소대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소위 계급이 주로 맡는 보직이다.

위 두 기사를 인용 보도하지 않은 다른 일간지 북한 담당 기자도 “정세적 긴급성 때문에 간혹 RFA발 기사를 비롯한 사실 가능성이 낮은 기사를 인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요즘은 많은 매체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현 정부가 참여정부와 달리 주요 논란거리에 대해 상대적으로 사실 확인을 잘 안해주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민간인 가운데 최고의 북한 정보통으로 잘 알려진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지난 5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정보원 노릇하는 북한 주민이 돈을 받고자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허위·조작·과장해서 말하는 걸 검증하지 않고 보도한다”며 “북한 전문 매체는 북한이 망하길 바라면서 왜곡된 보도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RFA 서울지국 측은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홈페이지(www.rfa.org/korean)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체제를 흔드는 것은 우리의 의도가 아니다. 사실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은 물론, 당국자들까지도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한다. 이 단체 윤리강령에는 “자유아시아방송은 소문에 불과하거나 입증되지 않은 정보에 근거해 작성된 기사가 방송되거나 인터넷에 게재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까지 있다.

   
  ▲ '북한군 탈영 속출'과 김정은 격노 소식을 전한 자유아시아방송 12월 31일자 기사.  
 

RFA 측 “문제제기 많지만 일일이 대응 안해”

하지만 RFA의 기사는 앞서 두 기사의 경우처럼 사실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많으며, 지난 7월 ‘북한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귀국 후 사상비판에 회부됐다’는 기사처럼 북한 측(북한축구협회)의 공식 반박으로 ‘허구’의 가능성이 높아진 경우도 적지 않다. 당시도 조선일보·동아일보·YTN 등 다수의 주요 언론이 이 뉴스를 여과없이 인용 보도했다.

현재 RFA 서울지국엔 약 20여명의 상근·비상근 기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이 탈북자 출신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언론과 대중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북한군 탈북 속출·김정은 격노’ 기사를 쓴 문성휘 기자 역시 2006년 탈북한 전 자강도 공무원이다. 그는 대표적인 반북 매체인 데일리NK에서도 2년여간 근무한 바 있다.

RFA 서울지국 측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우리 보도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들어오고 있지만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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