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22조 원의 혈세가 들어간다지만, 당장 김장비용 몇십만 원이 우리 이웃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겨울이다. 배추값이 오르면서 덩달아 김장비용도 뛰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장을 나눠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된 것은 지난해 김장김치를 받은 분이 올해도 기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이들의 사랑 만들기’(이하 아이사)라는 이름으로 시민이 담가 나눈 김장김치는 저소득층 어린이 공부방에는 희망을, 다문화 가족에게는 온기를, 용마터널 철거세입자에게는 동감을, 미인가 보육시설에게는 사랑을, 홈리스행동에게는 용기를 줬다.

올해 김장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지난해 같은 행사를 한 경험이 있는 촛불시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이었다. 4대강 사업 반대, 조중동 종편 진출 반대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기획부터 김치 배달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김치는 우리 이웃이 먹을 것인 만큼 좋은 재료로 엄선했다. 배추는 봉하마을 유기농 배추로, 양념도 100% 유기농을 고집했다. 김장에 드는 비용은 참여하는 시민들의 후원을 받았고 수백 명이 함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대도 따로 제작했다.

‘아름다운 이들의 사랑 나누기’ 행사 당일인 지난 12일 서울 조계사에 모인 사람은 당초 준비위원들이 예상한 인원을 훨씬 웃돈 450여 명. 오후에는 “고무장갑이 부족해서 교대로 다른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쉬었다 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기획과 디자인, 홍보 등을 기부한 자원활동가부터 언론단체와 정당 등을 조직한 언론단체, 무료로 광고를 실어주는 방법으로 홍보를 후원한 언론사, 직접 김장을 하는 방법으로 손을 보탠 시민, 화물트럭과 오토바이 등으로 배달을 맡은 화물연대와 퀵서비스 노조 조합원 등이 함께 만든 김치였다. 이날 완성된 김치 10kg 650박스, 약 7톤은 장애인단체, 다문화 가족, 미인가 보육시설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됐다. 배달을 맡은 일부 시민들은 김장김치에 고구마, 유제품, 양말 등을 얹어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추진한 박영선 언론연대 대외협력국장은 “정부지원이 미치지 않는 곳이 너무 많았다”며 “더 많은 김치를 보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한나라당이 자기 예산 챙기려고 싸우고 있을 때 깨어 있는 시민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었다”며 “이번 김장 행사를 통해 연대의 중요성과 힘을 다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치를 받은 한 YTN 해직기자의 가족은 “이날 받은 김치는 옳은 것을 행했지만 권력의 칼에 본보기로 날아가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위안이요,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어려움에 처한 또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베풀고자 하는 다짐”이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이들의 사랑이 있어 따뜻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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