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용진 기자가 자신의 글 때문에 최근 정직 4 개월의 중징계를 당했다. G20과 관련한 KBS의 방송이 ‘너무 심했다’며 방송비평을 내보낸데 대한 KBS 내부의 징계 결과라고 한다. 그 징계가 타당한지 부당한지 잠시 판단을 접어두고 저널리스트, 김 기자가 당하고 있는 고통을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그의 시련과 핍박은 그 개인이 감당해야 할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 사안이며 나아가 공영방송의 인재양성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인재를 아끼지 않는 조직에 우수한 저널리스트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용진 기자는 취재력이 뛰어난 우수한 인재라는 사실은 이미 방송계 내부에서는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2000년대 KBS 탐사보도 팀장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의 탄탄한 취재력과 돋보이는 방송저널리스트의 기획력 등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가 특별하게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 적은 없었다.

   
  ▲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사회감시, 고발 프로그램 등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그는 핍박의 주대상이 되고 말았다. KBS는 지방순환 근무라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인사처리 방식은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매우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다.

어느날 김 기자는 팀장에서 평기자로 강등되더니 그 다음 부산 지방으로 사실상 쫓겨났다. 부산KBS에서는 다시 울산으로 핑퐁 치듯이 한번 더 쫓아냈다. 팀장에서 평기자로 사실상 강등하는 것도 참기힘든 굴욕이었다. 다시 지방으로 그 지방에서 다른 지방으로 마치 시한폭탄 돌리듯 김기자는 동네북처럼 휘둘리는 신세가 됐다.

그가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본인도 잘 모르고 외부인은 더 잘 알 수 없다.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지방에서 지내오던 그가 모처럼 KBS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 내용이 현정부의 심기를 건드리고 현KBS 사장의 심사를 불편하게 하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 기자는 2010년 11월 12일 오전 KBS 1TV의 이라는 2시간 20분짜리 특집 방송에 대해 예리한 비판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KBS는 경제효과 24조6000억원이라는 숫자를 강조하기 위해 숫자가 0부터 24조6000억원까지 순차적으로 오르는 화면을 내보냈고, "한해 수출 403조의 16분의 1, 2002 월드컵 7조원의 3배, 일자리 11만2천개 창출 효과, 자동차 100만대 수출 효과, 30만 톤짜리 초대형 유조선 165척 수출 효과"라는 수치를 나열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기자는 "유치찬란한 선전문구 등으로 가득 찼던 KBS 화면들, 이게 저널리즘인가? 아니면 프로파간다인가? 나는 미디어오늘에 이것을 프로파간다라고 썼고, G20의 과다 편성과 홍보 일변도의 방송 내용은 KBS와 이명박 대통령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KBS 내부의 비판치고는 매우 직선적이지만 미디어 비평자의 시각에서는 매우 정확하고 명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영방송은 내외부의 비평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현재의 KBS는 내부의 비평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김 기자의 내부비평은 KBS 내부의 소통이 살아있고 건전한 비평의 장이 허용되는 건강한 조직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도 있는 호재였다. 그러나 신속하게 정직 4 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처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김 기자는 그동안 권력이 바뀌면서 낙하산 사장들의 희생양으로 실질적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처지다.

제3자의 시각에서보더라도 그가 이런 푸대접과 핍박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 본인의 심사는 어떨까. 그가 정치적으로 어떤 야합 혹은 특정당과 커넥션이 있었던가. 그는 뛰어난 방송저널리스트이자 냉철한 자기 비판, 감시역할을 한 것 뿐인데, 왜 그가 이런 부당한 대우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KBS는 진정으로 능력있는 저널리스트를 키우고 지원하는 조직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정작 정치권으로 줄타기하며 언론윤리강령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KBS 기자출신들은 현정부에서 떵떵거리며 행세를 하고 있지않는가. 저널리즘에 충실하며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해온 역량있는 기자를 이렇게 함부로 굴리고 징계를 내리는 일은 문제가 없는가.

김 기자의 문제가 어찌 KBS 내부의 문제에 한정된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공정한 방송, 국민의 방송을 기대하는 언론학자라면, 미디어 소비자라면 그의 부당한 처지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야 하지않겠는가. 훌륭한 저널리스트 한 명은 백 명의 국회의원과 맞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이 시련과 굴욕을 꼭 극복해주기를 기대한다. 위대한 기자로 가는 길목에 도사린 암초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프지만 받아들이고 더욱 탄탄해지는 저널리스트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