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선전같은 방송 놔두는게 징계감"
"나치 선전같은 방송 놔두는게 징계감"
'정직4개월' KBS 김용진 기자 "충언에 징계라니" 강력 비판

KBS의 과도한 G20 정상회의 홍보방송을 비판하는 글을 미디어오늘에 기고했다가 KBS로부터 정직 4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당한 김용진 KBS 울산방송국 기자(전 탐사보도팀장)가 KBS 징계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나치방송 또는 조선중앙방송에나 나올 법한 유형의 선전들이 KBS에 버젓이 방송된 것에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성실과 품위유지를 어기는 행위였다는 것이다.

김용진 기자는 지난 24일 오후 KBS 사내통신망(KOBIS)에 올린 'G20, 정직 4월, 그리고 WSJ'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반박하면서 자신을 포함해 <추적 60분> 제작진 전원 감사, KBS 새노조 조합원 60명 징계 통보 등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징계 폭풍'과 관련해 '이번 징계를 통해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충성심을 보여주는데 성공했을지는 모르나 그것이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수많은 KBS인을 억압하려는 의도였다면 가소로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자신의 징계와 관련해 당시 KBS의 G20 과잉홍보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오전 KBS 1TV의 이라는 2시간 20분짜리 특집 방송이 그 예다. 이 프로그램에서 KBS는 경제효과 24조6000억원이라는 숫자를 강조하기 위해 숫자가 0부터 24조6000억원까지 순차적으로 오르는 화면을 내보냈고, "한해 수출 403조의 16분의 1, 2002 월드컵 7조원의 3배, 일자리 11만2천개 창출 효과, 자동차 100만대 수출 효과, 30만 톤짜리 초대형 유조선 165척 수출 효과"라는 수치를 나열했다.

   
  ▲ 지난달 G20 정상회의 개최 전까지 KBS에 매일 방송됐던 G20 국가탐구  
 
특히 당시 앵커는 그래픽 화면에 자장면 그릇이 나타나자 "좀 더 가슴에 와 닿게 자장면 값으로 계산을 해 볼까요"라며 자장면 한 그릇을 4000원으로 계산하면 61억5000만 그릇이 나오고 국민 1인당 123그릇을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눈에 보이지 않고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훨씬 크다"고 선전했다. 방송에서 함께 듣던 남자 진행자는 "네, 그야말로 엄청난 혜택입니다. 혜택이 골고루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자장면 123그릇이 국민들에게 골고루…"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김 기자는 "유치찬란한 선전문구 등으로 가득 찼던 KBS 화면들, 이게 저널리즘인가? 아니면 프로파간다인가? 나는 미디어오늘에 이것을 프로파간다라고 썼"고 "G20의 과다 편성과 홍보 일변도의 방송 내용은 KBS와 이명박 대통령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인규 사장에게 진정으로 옛 주군인 MB를 위하는 길이 뭔지 생각해보시라고 충언을 드렸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정직 4개월이다.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나는 나치방송 또는 조선중앙방송에나 나올 법한 유형의 선전들이 국민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 버젓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야말로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어기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김 기자는 "이번 징계를 지시하고, 결정하고, 실행한 자들이 이번 징계를 통해서 그 누군가에 대한 자신들의 충성심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그것은 성공했을지 모르나, 만약 이번 징계를 통해 공영방송의 본분을 다하고자 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KBS 내 현업자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입을 막으려 의도했다면 그것만큼 가소로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KBS 현업자 대다수는 민주화의 세례를 받은 세대로, 5공에 부역하고서도 공영방송 운운하며, 권력에 의탁해 KBS에서 단물을 빨아먹던 세대와는 다른 인류"라며 "수많은 직원들을 상대로 징계라는 칼을 망나니 칼춤 추듯 휘두르는 모습에서 망조를 본다"고 개탄했다.

   
  ▲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사진.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사진은 연평도 포격사태와 예산안 날치기 사태로 빚어진 충돌사건 두가지로, G20정상회의는 찾아볼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  
 
   
  ▲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사진 중 하나인 연평도 포격 사태. G20 정상회의는 찾아볼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또한 KBS가 한 달 전만 해도 세계 중심 국가 운운하며 선전해대던 상황을 떠올리며, 한 달여가 지난 "세밑인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 김용진 KBS 울산방송국 보도국 기자, 전 탐사보도팀장.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월별로 올려놓은 올해의 사진에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은 포연 자욱한 연평도 사진과 국회의 예산안 날치기 현장 사진 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감히 역사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자화자찬한,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던 G20 서울회의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획기적으로 올라간다던 국가신인도와 국가브랜드 가치는 포연과 화약 냄새와 유리창 깨진 국회의사당의 난투극 이미지에 묻혀버렸지만 그런들 현 권력이 눈 하나 깜짝하겠는가"라며 KBS가 서야할 위치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갈음했다.

"진실을 영원히 감출 순 없다. 최근 긴급조치 1호와 조선일보 방응모의 친일행각에 대한 법적 판단을 보라. 공영방송 KBS가 '저널리즘'과 '프로파간다'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다음은 김 기자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G20, 정직 4월, 그리고 WSJ

1. 연평도 포격과 날치기 정국 등을 거치면서 이젠 기억조차 가물거리지만, 그래도 G20 서울회의 당시 한 장면으로 되돌아가 보자. 11월 12일 오전 KBS 1TV는 이라는 제목의 2시간 20분짜리 특집을 방송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마지막 절정에 이를 무렵 마치 <진품명품> 시간에 골동품 가격 매기듯 화면에 숫자가 숨 가쁘게 올라간다. 이윽고 '24조 6천억 원'에 멈춘다. 이어서 G20 회의가 가져온다는 경제 효과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한해 수출 403조의 16분의 1, 2002 월드컵 7조원의 3배, 일자리 11만 2천개 창출 효과, 자동차 100만대 수출 효과, 30만 톤짜리 초대형 유조선 165척 수출 효과"

하지만 압권은 바로 다음에 나오는 자장면이다. 그래픽 화면에 자장면 그릇이 나타나고 여자 진행자가 말한다. "좀 더 가슴에 와 닿게 자장면 값으로 계산을 해 볼까요" 자장면 한 그릇을 4천원으로 계산하면 61억 5천만 그릇이 나오고 국민 1인당 123그릇을 먹을 수 있는 양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G20 개최를 통해 국민들이 1년 내내 사흘에 한번 꼴로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경제 유발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엄청나다. 그런데 KBS는 이 수치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훨씬 크다"라고 선전한다. "회의기간 내내 한국이 해외에 노출되면 국가신인도과 국가브랜드 가치가 상승해 수출증대효과가 18조원에서 21조 8천억 원" 가량 또 생긴다고 주장한다. 그리곤 마무리 발언이 나온다. 남자 진행자 왈, "네, 그야말로 엄청난 혜택입니다. 혜택이 골고루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자장면 123그릇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2. "자장면 61억 5천만 그릇",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등의 유치찬란한 선전문구 등으로 가득 찼던 KBS 화면들. 이게 저널리즘인가? 아니면 프로파간다인가? 나는 <미디어오늘>에  이것을 프로파간다라고 썼다. 그리고 G20의 과다 편성과 홍보 일변도의 방송 내용은 KBS와 이명박 대통령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라고 했다. 또 김인규 사장에게 진정으로 옛 주군인 MB를 위하는 길이 뭔지 생각해보시라고 충언을 드렸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정직 4개월이다.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나는 나치방송 또는 조선중앙방송에나 나올 법한 유형의 선전들이 국민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 버젓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야말로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어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3. 11월 11일 <미디어오늘>에 기고문이 나간 직후 한 일간지 기자의 전화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혹시 이 기고문 때문에 회사 내에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요? 요즘 KBS 사정이 좀 그런 것 같아서"라고 물었다. 나는 "우리 KBS가 그 정도로 망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웃어 넘겼다. 그러고 보니 지난 5월에 지방자치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취재하면서 울산지검 고위간부를 만나 몇 가지 자료를 요청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 검찰 간부는 긴 설득 끝에야 자료 일부를 협조해주기는 하면서도 이런 말을 던졌다. "지역 사회에서 KBS가 이것을 방송할 수 있겠어요?" 나는 그 때도 "KBS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씀을…"하고 웃어 넘겼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두 상황 다 내가 틀렸다. 기고문은 '정직 4개월'짜리가 됐고, 그 때 그 프로그램은 예고까지 나갔는데도 울산국장의 결방지시로 방송되지 못했다.

4. 지금 KBS 경영진의 행동양태를 KBS에서 24년이나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외부의 검사나 타사 기자보다 더 예측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KBS가 그래도 아직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비록 KBS가 여러 어려움에 빠져있지만 KBS라는 공영방송 시스템 자체는 절대로 훼손돼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우리가 굳게 지켜나가야 할 공론장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징계를 지시하고, 결정하고, 실행한 자들이 이번 징계를 통해서 그 누군가에 대한 자신들의 충성심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그것은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이번 징계를 통해 공영방송의 본분을 다하고자 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KBS 내 현업자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입을 막으려 의도했다면 그것만큼 가소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이전 어떤 글에서도 한 번 언급한 바 있듯 지금 KBS 현업자 대다수는 민주화의 세례를 받은 세대다. 5공에 부역하고서도 공영방송 운운하며, 권력에 의탁해 KBS에서 단물을 빨아먹던 세대와는 다른 인류다. 망조(亡兆)라는 말이 있다. 망징패조(亡徵敗兆)의 준말이다. 수많은 직원들을 상대로 징계라는 칼을 망나니 칼춤 추듯 휘두르는 모습에서 망조를 본다. 

5. 2010년도 이젠 저문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 중심 국가로 우뚝' 섰었는데, 세밑인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진(Year in photos)'을 월별로 클릭해 볼 수 있도록 올려놓았다. 올해의 사진 중에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은 포연 자욱한 연평도 사진과 국회의 예산안 날치기 현장 사진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감히 역사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자화자찬한,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던 G20 서울회의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획기적으로 올라간다던 국가신인도와 국가브랜드 가치는 포연과 화약 냄새와 유리창 깨진 국회의사당의 난투극 이미지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그런들 현 권력이 눈 하나 깜짝하겠는가. 이번에는 주류 언론과 함께 안보 게임을 즐기며 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향하지 못하도록 붙들어 매 놓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진실을 영원히 감출 순 없다. 최근 긴급조치 1호와 조선일보 방응모의 친일행각에 대한 법적 판단을 보라. 공영방송 KBS가 '저널리즘'과 '프로파간다'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야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