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캠프 특보출신이 KBS 사장으로 온 뒤 정부홍보 방송이 대거 편성되는 등 공영방송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한 기자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KBS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용진 울산 KBS기자에게 4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KBS는 회사와 경영진을 비판하는 글을 외부매체에 기고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징계사유라고 통보했다.

언론인이 외부에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 징계사유가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기고행위에 대해 4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것도 언론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BS가 김 기자를 징계한 것은 지난달 11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는 제목의 글 때문이다. 김 기자는 기고문에서 "KBS가 편성한 G20 특집 프로그램이 TV에서만 3300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른바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영채널을 통해 단일 행사를 놓고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프로파간다가 자행된 곳은 아마 대한민국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 매주 주말 밤 KBS <뉴스9> 방송 직후 내보낸 G20 국가탐구 특집방송 화면.  
 
김 기자는 24일 징계와 관련해 "기고행위에 대한 징계로 4개월 정직은 상당한 중징계에 해당한다"며 "기고행위나 내용보다는 사내의 건전한 비판여론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징계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회사가 문제 삼은 내용은 'KBS를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부분 한 곳이었다"면서 "회사와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데 수긍하기 어렵고, 왜 기고 당시가 아닌 지금에 와서 징계를 단행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김용진 울산KBS 기자, 전 탐사보도팀장.  
 
김 기자는 외부매체 기고 이유에 대해서는 "G20 특집방송이 3300분으로 과다편성된 것과 내용자체가 정부 홍보 일변도라는 KBS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여론에 대해 시청자들도 알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며 "방송법에는 '방송의 공적책임'에 대해 규정해 놓고 있는데 정부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균형있게 다루는 게 공영방송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방적인 정부 홍보방송은 KBS의 공신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앞으로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를 비판했다고 해서 징계를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헌법상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또한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이번 징계를 사내의 건전한 여론을 차단하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판단하고 징계에 불복해 회사에 재심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 기자는 당시 기고문에서 KBS가 G20 특집방송 3300 분을 퍼부어 시청자들에게 융단 폭격해대는 메시지는 '이 대통령에 대한 영웅설화 만들기'라고 지적하면서 김인규 사장을 필두로 한 KBS의 수뇌부는 불과 1년여 만에 KBS를 이명박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이어 '비판자'의 역할이야말로 공공에 봉사하는 공영방송이 추구해야할 최고의 사명인데 지금 KBS는 MB를 신화로 가득 찬 '거울의 방'에 몰아넣어 신화의 주인공처럼 보이도록 착시현상을 유발하고 자기 확신과 정당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은 MB 정권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길로 이것이 바로 특보체제 KBS의 역설이라고 비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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