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공급해 온 롯데마트가 일주일 만에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의 트위터 게시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13일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1차 회의에서 통큰치킨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측은 치킨판매 중단 이유에 대해 "주변 치킨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불가피하게 판매 중단을 결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마트의 설명처럼 판매 중단에는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강력한 항의와 소송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롯데마트가 1년 내내 5000원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던 통큰치킨. 롯데마트는 일주일 만에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롯데마트  
 

그러나 롯데마트가 판매를 시작하면서 치킨업계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했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점에서 마트 쪽의 해명은 불충분한 부분이 있다.

이 모자라는 부분은 13일자 조선일보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일보 A2면 <5000원짜리 치킨 논란에 청수석까지 가세…'닭싸움' 시끌> 기사에는 정 수석이 트위터에 쓴 글 때문에 롯데마트가 밤샘회의까지 열었던 정황이 설명돼 있다.

정 수석은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롯데마트 튀김 닭 5000원에 판매 중…생닭 납품가격 4200원, 튀김용 기름, 밀가루 값을 감안하면 마리당 원가가 6200원 정도. 결국 한 마리당 1200원 정도 손해보고 판매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롯데마트 노병용 사장은 정 수석 휴대전화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자 했을 뿐 동반성장에 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당장 철회할 경우 부작용이 있고 해서 시간을 주면 잘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롯데마트 쪽은 이와 함께 밤샘 대책 회의를 열었는데 13일 발표 전 이 자리에서 이미 판매 중단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피자에 이은 롯데마트의 가격파괴는 주변 상권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지만 청와대 정무수석의 개인적인 글 하나가 기업의 전략상품 판매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역시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롯데마트의 한 임원은 판매 중단 결정이 나기 전인 12일 조선일보에 "이렇게 까지 이슈가 되는데 굳이 계속할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렇지만 고객들에게 연중 최저가 치킨 공급을 약속한 마당에 바로 접기도 곤란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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