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과정에서 벌어진 국회의원들의 폭력사태를 보도한 KBS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KBS의 불공정 보도를 지켜보면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과 비춰볼 때 현재는 거의 규탄 수준이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박기춘, 박영선, 서갑원, 장병완, 최문순, 최영희 등 민주당 의원 7명은 10일 서울 여의도 KBS를 방문해 최근 KBS의 보도태도에 강하게 항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항의방문을 마친 뒤 브리핑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문순 의원은 "KBS의 보도가 80년대로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방송을 만드는 공영방송이 균형감을 상실하고 있다"며 지난 8일과 9일 <뉴스9> 보도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아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가 마치 민주당에 의해 시작된 것처럼 보도(8일)했고, 민주당이 주로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관련 화면을 썼다"고 지적했다.
 
최영희 의원은 "내가 마치 다른 의원들에게 발길질을 했다고 (9일) 보도했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나라당 여성의원 7∼8명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정말 급박한 마음에 발을 휘저었는데, 그것을 발길질이라고 하나. 오히려 이은재 의원에게 끌려나오면서 손가락을 비틀어 손가락 마디가 부러졌다. 6주진단을 받았다. 피해자를 어떻게 가해자로 만드나.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 9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문방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서갑원 의원은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김태영 국방장관을 못가게 붙잡아 정위치 하지 못한 것으로 묘사한 KBS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태영 장관은 포격 이후 30여분 동안 관련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내가 국회에 보고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니 보고할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나중에 이정현 의원 등이 빨리 보내주자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KBS는 마치 민주당이 변란 앞에서 정략적으로 국방장관을 잡고 있었던 것처럼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KBS 보도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박영선 의원은 천안함 의혹과 관련해 KBS와 현 정부와의 은밀한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제3의 부표'를 특종한 KBS 보도와 관련해 "내가 당시 국방장관을 상대로 '제3의 부표' 보도와 관련해 KBS 보도를 보니 해군 헬기가 무엇인가를 나르고 있었다고 질의하자, 김 장관은 '그것은 KBS가 자료 화면을 쓴 것으로 왜곡보도'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실제 당시 KBS 기자가 찍은 것이 확인됐다"며 "그런데 KBS는 이에 대해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정부와 KBS의 관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산안 처리를 두고 충분한 협상 없이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날치기한 것에 대해 장병완 의원은 "KBS는 이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며 "기계적 균형을 외치며 여와 야를 싸잡아 비판하거나, 민주당이 먼저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8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KBS <추적 60분> '4대강' 편이 불방된 데 대해 전병헌 의원이 "이것만 봐도 KBS가 정부여당의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단순히 예산안 날치기 통과 뒤 정부여당에 부담을 줄까봐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 아닌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이정봉 KBS 보도본부장은 "최영희 의원 등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을 전달했고, 보도의 균형성에 대해 제기한 항의는 보다 면밀히 관련보도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추적60분 불방에 대해 이 본부장은 "관련 방송물이 완성본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KBS 내부규정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이의 완료를 모두 담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보류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국민 발표를 해놓고 정작 보도본부장은 완성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정지환 KBS 정치부장은 최영희 의원 왜곡보도 지적에 대해 "2대 2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며 "민주당 의원이나 당직자들이 더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많은데, 그마저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최 의원 부분은 앞뒤를 다 본 뒤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전했다고, 민주당은 전했다.

최영희 의원에게 사과와 유감을 표명했다는 민주당 브리핑 자료에 대해 이강덕 KBS 대외협력부장은 "오늘 항의방문 전반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것이지 우리가 보도를 잘못했다는 것을 사과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치환 정치부장은 11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제 낸 민주당 발표자료와 달리 최영희 민주당 의원에게 내가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며 "다만 최 의원이 피해자라며 너무 억울해하고 힘들어하니 유감이라고 한 것이지 우리의 보도를 내가 유감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방문했을 때 발언한 내용 요약

<민주당 항의 요약>
 
- KBS의 보도가 80년대로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방송을 만드는 공영방송이 균형감을 상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8일과 9일 <뉴스9> 보도다. 언론에도 일부 보도됐듯이 KBS 보도는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가 마치 민주당에 의해 시작된 것처럼 보도했다. 또, 민주당이 주로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관련 화면을 쓰기고 했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정할 부분은 바로 정정해야 한다.(최문순의원)
 
- 8일 본회의장에서 일어난 일만 봐도 그렇다. 내가 마치 다른 의원들에게 발길질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끌려내려간 상황에서 홀로 의장석을 지켜야 했다. 한나라당 여성의원 7~8명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정말 급박한 마음에 발을 휘저었다. 그것을 발길질이라고 하나. 오히려 이은재 의원에게 끌려나오면서 손가락을 비틀어 손가락 마디가 부러졌다. 6주진단을 받았다. 피해자를 어떻게 가해자로 만드나. 사과하라.(최영희의원)
 
- 연평도 포격 때도 그렇다. 마치 국회가 국방장관을 잡고 있어 정위치 하지 못한 것으로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다. 당시 내가 의장석에서 사회를 보고 있어서 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포격이 있은 뒤 30여분 동안 관련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내가 국회에 보고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니 보고할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나중에 이정현 의원 등이 빨리 보내주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것을 KBS는 마치 민주당이 변란 앞에서 정략적으로 국방장관을 잡고 있었던 것처럼 보도한 사례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KBS 보도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나. 또 잘못된 보도로 민주당은 엄청난 피해를 봤다. 국민을 호도해선 안된다.(서갑원의원)
 
- 천안함 때도 그렇다. 내가 당시 국방장관을 상대로 '제3의 부표' 보도와 관련해 KBS 보도를 보니 해군 헬기가 무엇인가를 나르고 있었다고 질의하자, 김장관은 "그것은 KBS가 자료 화면을 쓴 것이다. 잘못된 왜곡보도"라고 했다. 나중에 실제 당시 KBS 기자가 찍은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KBS는 이에 대해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정부와 KBS의 관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박영선의원)
 
-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예산은 늘 12월 말에야 결정됐다. 이렇게 날치기로 통과된 사례가 없다. 그것은 여와 야가 좀 더 대화를 통해 충분히 협상을 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나라당은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그럼에도 KBS는 이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기계적 균형을 외치며 여와 야를 싸잡아 비판하거나, 민주당이 먼저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정말 잘못된 보도다.(장병완의원)
 
- 4대강과 관련한 추적60분 방송이 나가지 못했다. 이것만 봐도 KBS가 정부여당의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는 증거다. 문방위 차원에서 따져야 한다. 무슨 경천동지할 새로운 팩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예산안 날치기 통과 뒤 정부여당에 부담을 줄까봐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 아닌가.(전병헌의원)
 

 
- 최영희 의원 등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 전달. 보도의 균형성에 대해 제기한 항의는 보다 면밀히 관련보도를 살펴보겠음.(보도본부장)
 
- 추적60분 방영이 보류된 것은 관련 방송물이 완성본이 아니기 때문이다. KBS 내부규정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이의 완료를 모두 담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보류한 것일뿐이다.(보도본부장)
 
- 2대2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사실 민주당 의원이나 당직자들이 더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많다. 그마저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최영의원 부분은 앞뒤를 다 본 뒤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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