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던 KBS <추적 60분>의 불방(방송보류) 사태에 대해 KBS 내부에서 김인규 사장 등 경영진의 권력 눈치보기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추적 60분 제작진 가운데 막내 PD인 김범수 PD가 공영방송을 지키러온 사장이 공영방송의 넘지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김인규 사장을 나가라고 공개 글을 띄운데 이어 KBS 기자들도 경영진이 KBS의 언론인 자존감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KBS 기자협회(회장 유원중)는 10일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추적 60분> '4대강' 편을 불방시킨 경영진에 대해 "재판을 핑계로 KBS가 국민들의 알권리는 물론 국민의 혈세로 진행되는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심층적인 검증 보도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과연 KBS의 경영진은 언론사의 수장으로 권력을 견제하러 있는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대변해 언론을 견제하러 와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추적60분 불방사태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8일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엄경철 KBS본부장. 이치열 기자  
 
   
  ▲ 추적60분 불방사태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8일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치열 기자  
 
KBS 기자협회는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대해 "KBS가 국민의 편에서 일하고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이처럼 헛발질만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수신료 인상에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혹여 수신료 인상을 빌미로 언론의 비판과 견제 기능도 보류시키자는 것이면 당장 그만두라"고 질타했다.

KBS 기자협회는 "언론은 언론의 기능에 충실할 때 사랑을 얻고 정론을 지킬 때 적을 만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KBS 경영진이 계속해서 언론인의 자존감을 망가트리는 것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영진에 대해 △추적 60분-4대강편 당장 방송 △제작진 사과 △불방사태 책임질 것 등을 주문했다.

다음은 KBS 기자협회가 10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 지난 8일 밤 방영예정으로 나갔던 KBS <추적60분> '4대강' 편 예고편.  
 
<기자협회 성명서> 보도본부는 <추적60분>을 품을 자격이 있는가

<추적60분-4대강편>이 끝내 방송되지 못했다. 사측은 이번 방송 보류가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낙동강 소송'의 당사자들인 담당 재판부나 국토해양부나, 국민소송단으로 부터 <추적60분> 방송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가 있는가? <추적60분>의 어떤 내용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가? 이번 사안은 결국 재판을 핑계로 KBS가 국민들의 알권리는 물론 국민의 혈세로 진행되는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심층적인 검증 보도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과연 KBS의 경영진은 언론사의 수장으로 권력을 견제하러 있는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대변해 언론을 견제하러 와 있는 것인가!

기자와 PD의 협업을 강조하며 <추적60분>팀이 보도본부에 합류한 지 불과 6개월. '조현오 동영상'과 '천안함 의혹', '4대강 쟁점' 등 <추적60분>팀의 PD와 기자들이 보여준 취재 열정과 그 성과는 언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 하지만 그런 아이템들을 '제작진 몰래 빼돌리고', '내용을 수정하라고 협박하고', 급기야 '방송 보류'까지 시킨 장본인은 과연 누구인가?

요즘 수신료 인상이 전사적인 관심사이다. 수신료 인상은 KBS가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KBS가 국민의 편에서 일하고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헛발질만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수신료 인상에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혹여 수신료 인상을 빌미로 언론의 비판과 견제 기능도 보류시키자는 것이면 당장 그만두라.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언론은 언론의 기능에 충실할 때 사랑을 얻고 정론을 지킬 때 적을 만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KBS 경영진이 계속해서 언론인의 자존감을 망가트리는 것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경영진은 늦었지만 <추적60분-4대강편>을 당장 방송하고 제작진에게 사과하라. 또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불방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10년 12월 9일 KBS 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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