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피격사건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한 한국이 한미 동맹이 깨질 것을 우려해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는 보도가 미 언론을 통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한국이 수용한 FTA조건들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당시 협상에서는 수용은 커녕 논의조차 거부했던 내용"이라며 "협상이 결렬된 지 불과 한 달 사이에 한국이 놀라울 정도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측은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철폐를 협정 발효 후 2~3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로 협상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했던 한국은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약해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 G20정상회의 마지막날인 지난 달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ME(G20 중소기업 자금지원 경진대회) 시상식에 참석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축사를 듣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한국 협상단이 재협상을 위해 워싱턴DC를 찾았을 땐 분위기가 돌변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맞물리면서 한미 동맹 강화가 절실했던 한국이 협상력을 잃고 미국의 요구를 기대 이상 수용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한국 협상단은 FTA 때문에 동맹관계가 위험에 처한 것처럼 걱정했고 미국의 요구를 놀라울 정도로 잘 받아들였다"며 "당초 미국이 요구했던 것보다 더 긴 4년 동안 수입관세 철폐를 미루고 미국 차의 한국 수출에 장벽이 돼 온 안전 기준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협상에 서툰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엔 능력을 발휘했다"며 "이번 한미FTA 결과에 대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미 의회의 FTA 반대파들도 지지를 하고 있어 그동안 여러 번의 '정치적 도박'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오바마가 한국 관련 도박에서는 돈을 땄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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