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는 사실상 ‘눈속임’을 했다. 순진한(?) 언론들은 줄줄이 걸려들었다. 언론을 접한 국민은 ‘왜곡된 정보’를 사실처럼 받아들였다.

2일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경호시설 비용을 둘러싼 언론보도를 지켜보고 느낀 생각이다. 언론은 사실전달이 기본 중 기본이다. 하지만 ‘뜨거운 이슈’가 부각되면 사실관계 확인보다는 받아쓰기에 주력할 때가 있다. 사고는 이 때 터진다.

….

이번 사건을 전하는 언론사들의 기사 제목 중 일부이다. 하나 더 살펴보자. C언론사 기사 내용 중 일부이다.

   
  ▲ 이명박(사진 왼쪽)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 2008년 2월 대통령 취임식장.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경호시설이 땅값이 비싼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합할 경우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그것에 비해 3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경호시설 예산이 전직 대통령의 3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합할 경우 전직 대통령의 그것에 비해 3배에 달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진실은 이렇다. 대통령실이 새해 예산안에 반영을 요구했던 금액은 서울 강남 논현동 이명박 대통령 사저 주변에 만들 경호시설 부지매입비 70억 원이다. 내년 예산안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건축비는 30억 원(추정)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회 운영위원회 검토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MB사저 경호시설 건축비용은 70억 원, 건축비는 30억 원, 이를 합하면 100억 원이다. 언론이 3배라는 주장을 기사의 제목으로 뽑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왜 3배일까. 답이 나와야 한다.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언론은 한국경제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2일자 14면 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의 중간 제목은 <땅값 비싸 전 대통령에 비해 3배>라고 뽑았고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경호시설이 땅값이 비싼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합할 경우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그것에 비해 3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3배의 출처가 나온 셈이다. 한국경제는 국회 운영위 보고서를 근거로 그러한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운영위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운영위 보고서에는 “토지매입비(70억 원)는 역대 전직 대통령 경호시설 건립 총 소요예산의 평균금액(24.6억 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 담겨 있다.

24.6억 원이라는 수치는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경호시설 건립비용(부지매입비+건축비)을 모두 합해 3으로 나눈, 말 그대로 평균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용은 부지매입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부지매입비만을 기준으로 했다. 건축비용은 쏙 빠졌다.

비교를 하려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국회 운영위 보고서에서 밝힌 수치를 인정한다고해도 전직 3인의 대통령 평균값(24.6억원)과 100억 원에 이르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호시설 건립비용(부지매입비+건축비)의 비율은 1대4이다. 이명박 대통령 경호시설 건립비용은 3배가 아니라 4배로 해야 맞는 셈이다.

또 하나 30억 원으로 추정되는 건축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내년 예산안으로 제출된 부지매입비용 70억 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경호시설 부지매입비가 얼마인지, 그것을 기준으로 하는 게 타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호시설 부지매입비를 기준으로 하면 대통령실이 요구한 금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27배, 김대중 전 대통령의 9.9배, 김영삼 전 대통령의 7.4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국회 운영위 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다.

국회 운영위가 의도적으로 수치를 3배로 보이고자 했거나, 착오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올 수 있다. 미디어오늘의 확인 결과, 국회 운영위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보고서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토지매입비를 기준으로 했고, 전직 대통령들은 총 소요예산으로 했다는 점을 설명했다는 주장이다.

전혀 다른 기준을 근거로 비교를 해서 결과를 도출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국회 운영위. 그들의 셈법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언론도 “이 대통령의 경호시설이 땅값이 비싼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합할 경우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그것에 비해 3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오보’ 받아쓰기를 이어가서는 안 된다.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가 이어진 이유는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았거나 자료를 입수하고도 꼼꼼히 자료의 오류를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은 왜곡된 정보를 유통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