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부작위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향해 시민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으니 국회가 이를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상식적 판단을 외면해 헌재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는 비판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5일 성명을 내어 "헌재는 위법을 방치함으로써 헌법적 의무를 방기하고 스스로의 권위와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며 "이명박 정권 아래 헌재가 보여주고 있는 자기 부정의 행태는 우리사회에 ‘헌재 개혁’이라는 과제를 남겼다"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또 "헌재의 이번 판결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조중동 종편’을 막을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끼워 맞추기식의 결정"이라며 "그러나 헌재의 기각 판결이 ‘조중동 종편’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종편 사업이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을 훼손하고 미디어산업을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헌재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스스로 정치적 사법기관임을 선언한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어떠한 위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회가 일단 법률안만 통과시키면 그만이라는 것이 이번 결정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언론노조는 "방통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편 심사와 관련된 향후 일정을 진행시키겠다고 한다"며 "또 한번의 비겁을 드러낸 헌법재판소가 야기한 혼란"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조차 미디어법 날치기의 위법성과,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가 이를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위헌·위법 상태를 바로 잡기 위해 날치기 통과된 미디어법을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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