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경제’는 그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그의 도덕적 결함은 죄가 아니었다.

이른바 ‘747(연 7% 경제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7대 경제대국)’의 장밋빛 공약은 블랙홀이 되어 그의 부도덕과 최고 통치권자로서의 결함을 삼켜버렸다. 그의 ‘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두어 대선에서 압승했다. 그의 마케팅 작업은 집권 이후에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최근 ‘G20 서울 정상회의’는 그 절정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간접적인 경제이익이 최소 21조455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31조가 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 효과를 450조로 본다는 보도까지 뒤따랐다. 대통령도 G20정상회의 직후 KBS라디오 연설에서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처럼 국운이 융성할 때 함께 마음을 합해 나간다면, 우리는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국가가 될 것입니다.”

4대강·부자감세, 미래 없는 MB경제

그러나 ‘747 공약’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다. ‘MB경제엔 미래가 없다’는 치명적인 진단이 나오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감세 정책은 미래 없는 MB경제를 상징한다. 하나는 정책목표가 모호한 사업에 엄청난 혈세를 퍼붓는 사업이고, 하나는 후손들에게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넘겨가면서 능력 있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몰염치한 정책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MB정권의 맹목적인 집착은 광적이다. 사업에 비판적인 경남도로부터 사업권을 박탈하는 모습은 가히 조폭적이다.

부유층과 대기업에만 큰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정책은 또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취임 이후 200조원을 새로 빚내고도 5년 동안 100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깎겠다니. 명분은 그럴 듯하다. 부자들이 돈을 쓰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에도 ‘떡고물’이 떨어질 것이라는.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주장하는 이른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효과’는 거짓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최근 저서에서 트리클다운 효과의 덧없음을 증언했다. 부자들에게 유리한 소득재분배가 이뤄진 지난 30년 동안의 세계경제를 살펴본 학자의 진단이다.

세계는 오히려 부자들의 세금을 늘리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국가들은 부자들에게 이미 증세조처를 취했다. 미국 부자들은 한술 더 떴다. 엊그제 미국의 백만장자 45명은 공화당의 ‘부자감세 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재정의 건전성과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무거운 세금을 감수하겠다는 게 그들의 뜻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MB경제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는 단기처방엔 순발력을 발휘하면서도, 금융질서의 재편이나 노사 평화, 세제 개혁, 금산분리 등 장기과제에 대한 성찰과 정교한 대책이 취약하다고 진단한다. 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도 반성하지 않고,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유일한 예외가 MB의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시장만능주의도 아닌 ‘기득권 만능’

한 젊은 경제학자를 만났다. 그의 눈에 비친 MB경제의 실상을 들어본다. 그는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이다.

   
  ▲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MB 경제정책의 철학을 평가한다면?

“그는 기득권 만능주의자일 뿐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시장만능 주의자도, 신자유주의자도 아니다. 우선 급한 불 끄자고 공공부채를 쏟아 붓는 정책을 선진국에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시장만능주의를 말하면서도 정부 개입을 정당화 한다. 그에겐 일관된 철학이 없다. 장기 전략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다. ‘녹색 성장’을 외치지만 그것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큰 틀’을 가지고 시정을 펼친 흔적은 없다. 잘 팔리는 ‘아이템’을 개발해 그럴 듯한 포장으로 생색내는 데는 뛰어나다. 공정사회론도 겉포장일 뿐이다.”

-공정사회론은 MB가 역점을 두고 있는 단골 메뉴다.

“한국 사회에는 경쟁의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다. 강자엔 너그럽고 약자엔 가혹한 불공정한 경쟁체제가 그것이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특혜와 반칙,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공정한 게임 규칙만 확립해도 세상은 크게 바뀐다. 상위 건설사들의 담합 등을 통해, 턴키로 발주된 4대강 1단계 사업에서만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가 정말 공정사회를 원한다면 경쟁의 이중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대기업 CEO 출신 대통령으로서 현실적 감각은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기업 현장 경험이 때론 유용할 것이다. 문제는 개발시대 건설회사 CEO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굳이 경제학자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한방 신화’는 기업에나 통할 수 있다. 국가에는 일자리 창출과 전반적 소득 향상, 곧 지속가능한 구조가 중요하다. 민간 기업과 국가 역할을 구분 못하는 듯하다. 일방 통행식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히려 CEO 경험이 독이 되고 있다.”

-금융위기 조기 극복과 6%선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그의 자랑이다.

“빛 좋은 개살구다. 환율효과와 공공부채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늘어난 국공채 발행액은 2백조에 달한다. 국내총생산의 20% 수준이다. 그 돈을 길거리에 그냥 뿌려도 그 이상 성장하고도 남을 정도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가 막대한 빚으로 생색낸 뒤 빚잔치를 할 시점이 되면 한국 경제는 매우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는 경제대통령이 아니라 빚쟁이 대통령이다.”       
    
-부자감세 논란이 뜨겁다.

“소득세나 법인세는 OECD 국가 가운데 최저수준이다. 소득세는 아래서 네 번째, 법인세는 OECD 평균 3분의 1 수준이다. 트리클다운 효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논리나 철학 없이 오로지 기득권 부담 줄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히려 과세 사각지대를 면밀히 살펴볼 일이다. 부동산과 증권 거래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게 옳은 길이다. 1970년대의 낡은 세제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4대강사업에 운명을 걸었다. 그 경제적 효과는?

“청계천 효과에 도취된 듯하다. 인식의 오류, 철학의 빈곤을 절감한다.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코미디다. KDI의 비용편익분석만 보더라도 ‘할 만한 사업’이 결코 아니다. 주변 땅 부자, 철 없는 정치인, 언론, 관변학자와 관료 등 외형적·과시적 성장에 관심 있는 집단에게만 매력적일 수도 있다.”

-‘MB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MB정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고분고분 따르는 충성형 인물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민간 분야까지 학연과 지연, 소망교회로 얽힌 MB맨들이 장악했다. ‘한국은행은 청와대 남대문출장소’라는 자조 어린 말이 떠돌 정도다. 여당도 대통령의 독주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뜻 있는 의원들도 아예 ‘충고’나 ‘진언’을 포기한 듯하다.” 

-부동산 거품에 대한 전망과 대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조사한 수도권 아파트값 추이를 보면 최고점에서 13~1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고작 1~2% 하락한 것으로 본다. 부동산 값 억지로 떠받치기는 위험하다. 한국경제 위기구조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2,3년 안에 거품이 꺼질 것이다. 주택에 대한 미련 버려야 한다. 부동산 대출은 줄여 나가도록 유도하는 게 그나마 충격을 분산할 수 있는 길이다.”

-전두환 체제에서도 경제는 잘 돌아갔다는 자조적인 평가가 있다.

   
  ▲ 고영재·언론인  
 
“전두환은 자신을 솔직히 인정했다. 경제정책에 관한 한 전문가에게 전권을 넘겼다. 물론 ‘3저 호황’ 시절 덕도 컸다. 반면 MB는 허풍이 세다. 운영·장악능력도 떨어진다. 대부분 관료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주도하는 듯 행세한다.”

빛 좋은 성장률 뒤 국공채 2백조 빚더미

의구심이 솟는다. ‘경제 대통령 이명박’은 진품인가, 짝퉁인가? 대통령의 자성과 고뇌를 기대한다. ‘집권 이후를,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정책’으로 MB 경제의 궤도 수정을 권한다. 오늘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미래 삶을 지배하는 결정적인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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