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회장님께 결재 받는 MB?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책상에 앉아 뭔가를 적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그 옆에서 뒷짐을 진 채로 서 있는 사진이다. 긴장된 순간, 사진만 봐서는 직장 상사에게 결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 그대로다. 오바마 회장님과 이명박 부장?

누리꾼들은 이 사진을 두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국민에겐 왕으로 군림하고 미국이나 일본에게는 알아서 긴다"고 평가했고 "변치 않는 저 2인자 포스", "말단 과장 같다", "아니다, 자세를 봐서는 수습사원 같다"는 등의 평가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합성 아니냐"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명록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유난히 미국 대통령들에게 저자세를 보여 왔던 터라 이 사진이 주는 시각적 충격은 더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국 캠프 데이비드 기지를 방문해 직접 골프 카트를 몰았던 걸 떠올리며 굴욕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도 많았다. 일상적인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이 대통령의 그간의 행보와 겹쳐 여러 가지를 연상하게 하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사실 지난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G20 서울정상회의에 참석하러 서울을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사인을 하는 장면이다. 함께 행사장에 들어오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사인을 하러 책상 앞에 앉자 이 대통령이 카메라를 의식해 다소 얼어붙은 표정으로 서 있는 순간, 공교롭게도 사장님께 결재를 받고 있는 말단 과장처럼 비춰졌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때 일방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 국제 사회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천안함 사건 이후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미국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인정해주는 대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유리한 조건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요받기도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2008년 4월, 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임기 말년, 캠프 데이비드 사건 이후 한미 FTA를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대폭 완화해 집권 초기 호된 시련을 겪기도 했다. 국민들이 분노했던 건 광우병 우려도 우려지만 국민의 안전을 도매금에 팔아넘기는 대통령의 비굴한 태도에 있었다.

이 한 장의 사진에서 국민들이 분노와 절망을 느끼는 것도 이런 과거사 때문이다. 좀 더 당당하고 할 말을 하는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떠들썩했던 G20 정상회의 결과가 아쉬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책임이 미국에 있으며 미국이 먼저 양보를 해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할 수는 없었을까. 언제까지 미국의 눈치를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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