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정보 유출 파문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삼성 직원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명한다. 이는 개인적 관심이 그 발로이지 회사 차원의 문제는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

전직 MBC 기자인 오아무개 부장이 퇴사 이후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자신의 ID로 MBC 내부 게시판에 접속해 정보를 유출한 것과 관련해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연 브리핑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오 부장의 행동이 개인 차원에서 벌인 '일탈 행위'였으며, 삼성이 조직적으로 벌인 일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15일 발매된 '한겨레21' <'신뢰받는 리더쉽'이 삼성엔 절실하다> 기사에서 곽정수 기자는 "오 부장이 몰래 취득한 문화방송 내부정보를 삼성 전기실(전략기획실) 임원들에게 보고했다"면서 "보고대상 중에는 이인용 부사장도 포함돼 있다"고 적시했다. 곽 기자는 이어 “오 부장이 이메일로 보낸 정보보고 내용이 증권가 정보지 수준에 불과해 (이 부사장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삼성 관계자의 해명을 전하면서 오 부장이 보고한 정보의 '질'을 떠나 "삼성이 오 부장의 정보유출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묵인했다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오 부장이 삼성그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곽 기자는 의문을 제기했다.

오 부장이 공식 직책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의 커뮤니케이션팀장. 하지만 삼성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각 계열사별 홍보담당자 명단에는 오 부장이 아닌 다른 직원의 얼굴이 올라있다는 게 곽 기자의 설명이다.

특히 현재 삼성 전략기획실 기획홍보팀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장충기 삼성 브랜드관리위원장(사장)이 '기자들과 술이나 먹고 골프나 치면서 삼성에 안좋은 기사가 나오면 뒤늦게 언론사 쫓아가서 이건희 회장의 이름 빼고 제목 조금 고치는 게 고작'이라며 홍보팀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반면, 기획팀은 "전략기획실 회의에서 홍보팀도 모르는 언론사들의 삼성 관련 취재계획이나 동향을 보고해 홍보팀을 곤혹스럽게 만든 적이 자주 있었다”는 게 삼성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곽 기자는 이번 MBC 내부정보 유출 파문을 '오 부장 개인의 일'로 축소하려는 삼성을 향해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X-파일, 비자금 사건 등으로 대국민 사과와 이건희 회장의 경영 퇴진을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책임있는 인사들이 대거 계열사 사장으로 임명되고, 이 회장도 단독사면을 거쳐 올해 3월 경영에 복귀하는 등 삼성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곽 기자는 이 회장이 지난 11일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 대폭적인 세대교체 등을 예고하며 "(연말 사장단 인사를)될 수 있는대로 넓게 하고 싶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삼성에게 보다 절실한 것은 ‘젊은 리더십’보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리더십'"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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