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났다. G20 정상들은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하자는 큰 틀에는 합의했으나 아무런 구체적인 논의를 끌어내지 못했고 경상수지 목표를 설정하자는 미국의 제안도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론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의 공동선언이 발표됐을 뿐 환율전쟁은 일시 봉합된 수준에 그쳤고 최대 화두였던 무역 불균형 문제 역시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단군 이래 최대의 행사라며 떠들썩한 기대와 전망을 쏟아냈던 언론은 이 초라한 결과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3일까지만 해도 의미 부여에 고심하는 분위기였는데 15일 지면에서는 G20 관련 기사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 최대 450조원에 이른다던 경제효과에 대한 분석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이 국제 사회의 주류로 등장했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가 있긴 했지만 외신 보도는 냉담하기만 하다.

   
  ▲ G20 서울 정상회의가 12일 폐막됐다. 환율전쟁을 종식시키자는 합의를 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그쳐 근본적인 해법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의장국인 한국으로서는 아쉬움이 느껴진다"면서도 "대한민국이 세계 외교 무대의 한복판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우리 내부적으로 그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의 가장 큰 소득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상회의를 앞두고 쏟아졌던 온갖 장밋빛 전망에 비교하면 이 같은 평가는 초라하고 군색하다.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주간의 칼럼은 이 신문의 복잡한 속내를 더 잘 드러낸다. 이 칼럼에서 송 주간은 "선언문의 약속 지키자고 경제가 지옥으로 돌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국가 지도자는 없다"면서 "한국이야 말로 실용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말이었지만 회의 시작 전과 회의가 끝난 후의 입장이 판이하게 뒤바뀐 셈이다.

송 주간은 또 "눈치 없이 편드는 일도 없어야 한다"면서 "경주 선언문 협상 때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적자 폭을 경제규모의 4% 선에서 억제하자는 주장을 미국과 함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송 주간은 "중국과 독일, 신흥국들이 눈총을 주는데도 미국 쪽에 섰다"면서 "흑자 폭이 5.1%인 나라가 미국과 똑같은 논리를 펴면 어느 나라가 박수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11월13일 30면.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 정도 애매한 합의만으로 환율전쟁이 완전히 종식됐다거나 대외 불균형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회원국 간의 이해상충을 조정하는 절차나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실천을 위한 실행력이란 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을 이 신문은 지금까지 과연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그나마 다른 신문들은 여전히 G20의 초라한 성과를 포장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서울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리더십과 역량을 반영하는 것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의 위상과 영향력이 그만큼 높아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매일경제도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이 세계경제·금융질서 재편을 주도하는 국가임을 보여준 성공한 회의였다고 자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서울경제는 "당초 정부가 G20 기간에 맞춰 터뜨리려 했던 두 가지 이벤트는 일단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이는 한미 FTA 타결과 터키 원전 수주를 모두 G20 기간 중이라는 데드라인에 맞춰놓고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뉴스는 "한국 자본시장의 고수익을 좇는 핫머니의 이동을 보면서도 G20 의장국의 체면을 지키느라 별 손을 쓰지 못한 정부는 이제 규제를 손질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역시 제대로 비판의 맥을 짚지 못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회의에서 이뤄진 합의나 선언이 충실하게 지켜진다고 해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그나마의 합의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하는데 그쳤고 한겨레는 "다시 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건전한 금융시스템에 기반한 균형성장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모호한 결론을 내놓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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