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선체 등에 대한 증거인멸과 군의 구조당시 과실에 대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고발했던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이 검찰에 의해 각하처분을 받자 다시 혐의점을 추가해 항고장을 내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밖에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여러 의혹 제기가 허위사실이며 명예훼손이라고 신 전 위원을 고발해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신 전 위원은 재판 과정에서 좌초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며, 천안함의 속살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위원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프라이즈 사무실에서 가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태영 장관을 항고까지 하면서 책임을 물으려 하는 이유에 대해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이 넘었고, 지난 9월 국방부가 최종결과 보고서를 냈지만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과 조작 왜곡사례가 드러났다"며 "국방부의 거짓과 왜곡, 증거인멸, 은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  
 
항고장에 추가된 내용에 대해 신 전 위원은 "지난 6월 고발했을 땐 천안함의 좌초로 인한 스크래치에 대한 증거인멸, 함미와 함수 유실·발견과정에서의 중대한 과실, 천안함 스크루 손상의 허위분석에 대한 책임 등 3가지 혐의였으나 이번엔 '감사원 감사결과 최초 사고시각을 조작했다'는 사실과 '천안함 인양시 프로펠러 하부를 인위로 절단한 책임'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함미 스크루 가운데 하나가 절단된 것에 대해 신 전 위원은 "원래 스크루는 선박의 기선(선저 바닥의 연장선) 보다 1m 정도 아래로 돌출돼있는데, 군이 함미를 인양해 바지선에 얹을 때 이런 선체의 구조적 특징을 감안해 충분한 높이의 거치대를 준비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다른 거치대를 가져오지 않은채, 임의로 프로펠러를 절단하는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천안함 사고원인 규명에 있어 프로펠러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이를 국민에 알리지도 않은 채 은밀하게 절단한 것은 중대한 증거훼손행위이자 국민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임의로 절단했다는 증거에 대해 신 전 위원은 "용접전문가로부터 프로펠러를 절단했다는 의견을 구했고, 절단된 상태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군이 신 전 위원을 상대로 고소한 재판과 관련해 신 전 위원은 "사고원인과 관련해 나는 사고가 1회가 아닌 2회이며, 첫째 사고는 좌초이고, 두 번째는 충돌일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며, 군은 단 한 번의 폭발이라는 각각의 주장이 대립될 것"이라며 "특히 재판 과정에서 첫째 사고가 좌초라는 것을 입증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3월27일 저녁 방송된 KBS <뉴스특보> 첫 리포트. 실종자 가족이 해도를 들고 다른 가족과 군에 대해 당시상황을 되묻고 있는 모습. 해도엔 '최초좌초'로 기재돼있다.  
 
   
  ▲ 군이 사고 직후 희생자 가족들에게 공개한 작전 상황도. 최초 좌초 지점이 표기돼 있다. 한 희생자 가족이 휴대폰으로 찍어 아시아경제에 제공한 사진. ⓒ아시아경제.  
 
그는 그 근거에 대해 "감사원 감사결과 첫 사고시각이 9시15분으로 기록돼 있으나, 감사원이 그 첫 사고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입증해나갈 것이며, 함미 스크루가 해저에 닿았다고 분석한 러시아 조사단 보고서, 좌초로 쓰인 해경의 보고서 등을 통해 입증할 것"이라며 "보고서와 기록에 이렇게 명백히 드러나 있는데 (군은) 이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2일 한 강연에서 "지난 4월 15일 함미가 인양되면서 발견된 선체 하부의 스크래치, 선저부의 파공, 스크루 프로펠러의 손상 등으로 완벽하게 입증됐고, 러시아 조사단 역시 그런 의견을 냈는데도 정부와 군은 '좌초 사실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참으로 이해할 수 없고, 무모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전 위원은 인터뷰에서 이번 재판에 대해 "내가 정말 군을 명예훼손했는지 따지기 위해서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재판정에 서게 될 것"이라며 "진실을 말하든 허위증언을 하든, 낱낱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므로 재판의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짓으로 쌓은 탑은 어디서든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천안함 사고, 그 속살을 분명히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함미 우현의 휘어진 스크루(프로펠러). ⓒ언론3단체 검증위  
 
신 전 위원의 재판 일정은 오는 12월 13일(2차 준비기일)을 거쳐 내년부터 변론과 증인출석 등의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된다.

다음은 지난 11일 신상철 전 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검찰이 각하, 항고하게 된 계기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이 넘었다. 국방부는 지난 9월 최종결과 보고서를 냈지만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과 조작 왜곡사례가 드러났다. 앞서 국방부의 거짓과 왜곡, 증거인멸과 관련해 장관을 직무유기로 지난 6월 고발했으나 지난달 검찰이 각하처분했다. 그래서 다시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번 항고의 주된 내용은 뭔가.
"지난 6월 고발했을 땐 천안함의 좌초로 인한 스크래치에 대한 증거인멸, 함미와 함수 유실·발견과정에서의 중대한 과실, 천안함 스크루 손상의 허위분석에 대한 책임 등 3가지 혐의였다. 이번엔 여기에 덧붙여 감사원 감사결과 최초 사고시각을 조작한 것과 천안함 인양시 프로펠러 하부를 인위로 절단한 책임을 추가해 5가지 항목으로 항고장 제출했다."

-스크루 하부는 왜 절단했다고 봤나.
"프로펠러는 선박의 기선(선저 바닥의 연장선) 보다도 1m 정도 아래로 돌출돼있다. 선체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이렇게 설계하는데, 함미를 인양해 바지선에 얹을 때 이런 선체의 구조적 특징을 감안해 충분한 높이의 거치대를 준비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그러나 다시 다른 거치대를 가져오지 않은채, 임의로 프로펠러를 절단하는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이 중대한 사건에서 프로펠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알리지도 않은 채 은밀하게 절단한 것은 중대한 증거훼손행위이자 국민 기만행위이다. 군은 프로펠러 아랫부분이 잘려나간 것을 함미의 바지선 탑재서 부딪혀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이와 관련해 용접전문가로부터 프로펠러를 절단했다는 의견을 구했고, 절단된 상태의 증거를 확보했다. 재판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힐 것이다."

-천안함 1번 어뢰의 추진체 프로펠러(스크루) 구멍 안에 가리비가 발견됐다는 것을 밝혀낸 블로거 '가을밤'이 서프라이즈에 글을 올리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는데.
"블로거 '가을밤'은 서프라이즈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용산 전쟁기념관 전시중 1번 어뢰 사진을 찍고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스크루 쪽 홀 안에 어패류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해 사이트 올렸고, 그게 첫 발단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던 가운데 한 양식업 전문가까지 참여해 논의한 결과 5∼6개월 된 참가리비로 판단을 했다. 더구나 그 가리비엔 별꽃(별사탕) 모양 백색침전물 붙어있었다. 그 침전물은 폭발후 생긴 흡착물이라던 군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군 주장대로라면 어뢰 폭발전 스크루 홀 안에 가리비가 살고 있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논란이 뜨거워지니 국방부에서는 임의로 증거를 훼손했다."

-해당 가리비의 크기가 가로세로 2.5cm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뢰가 있는 곳을 다시 찾아가 확인해보니 그 가리비가 나왔던 곳은 불과 1.8∼2cm 밖에 되지 않는 구멍이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2.5cm 조개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명백한 증거인멸일 뿐 아니라 엉뚱한 증거물을 제시하는 조작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가리비가 2.0cm짜리 구멍 외에 다른 쪽으로 들어갈 수는 없나.
"전혀 없다. 이 구멍이 있는 프로펠러 앞쪽에 프로펠러가 하나 더 있는데, 그 프로펠러 사이에 틈이 있는데 가리비 구멍 보다 더 작다. 더 들어가기 힘들게 돼있다."

-국방부의 해명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
"패류학회에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라고 밝힌 이후 지금까지 일주일 동안 침묵하다가 오늘(11일) 국방부 천안함 사이트에 전혀 엉뚱한 해명을 했다. 연어급 잠수정에 대한 의혹은 이미 보름도 더 된 얘기이다. 실소를 금할 수 없고, 측은함마저 느껴진다. 패류학회에 사진 2장만 달랑 던져주고 진짜 성분검사한 것처럼 하는 것도 그렇다. 국방부는 명쾌히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엉뚱한 것으로 덮는다고 덮일 일이 아니다."

-군이 신 위원을 상대로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재판 준비는 어떻게 돼가나.
"지난달 25일 1차 준비기일이었는데, 사건에 대한 분량이 방대하고 항목이 많아 충분한 재판부의 검토를 한 뒤 한 번 더 준비기일 갖기로 협의했다. 다음달(12월) 13일 오후 2시에 2차 준비기일을 한다. 이에 따라 변론과 증인출석 등 본격적인 공판은 내년에야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의 쟁점은 무엇이 될 것으로 예상하나.
"사고원인에 대한 우리와 군의 판단이 가장 큰 쟁점이다. 나는 사고가 1회가 아닌 2회라는 점을 밝혀왔고, 첫번째 사고는 좌초라는 점을 입증해나갈 것이다. 그밖에도 많은 정황에 있어서 군이 조작한 사실이나 은폐한 내용들을 입증하고 밝힐 것이다. 두 번째 사고에 대해 나는 충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군은 단 한 번의 폭발이라고 하면서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좌초에 대한 입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군은 사고시각을 9시22분(9시21분58초)이라고 했으나 감사원 감사결과 첫 사고시각이 9시15분으로 기록돼있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감사원은 그 첫 사고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더구나 러시아 조사단도 첫 사고를 좌초라고 했다. 절단되기 전에 함미의 스크루가 해저에 닿았다고 했는데, 이것이 좌초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 또한 해경 보고서에도 좌초라고 기록돼있다."

-군은 초기상황의 혼란 때문에 잘못 기재하고 보고했던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보고서와 기록에서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 어떻게 이를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재판을 통해 천안함 사고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는가.
"검찰은 내가 군을 명예훼손했다고 하지만 정말 그랬는지를 따지기 위해서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재판정에 서게 될 것이다. 진실을 말하든 허위증언을 하든, 낱낱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므로 재판의 의의가 크다. 거짓으로 쌓은 탑은 어디서든 무너질 수밖에 없다. 천안함 사고, 그 속살을 분명히 드러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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