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이른 바 '1번 어뢰'의 어뢰추진체 스크루 구멍에서 발견된 가리비와 관련해 국방부가 가리비 존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직후 한국패류학회에 성분분석을 의뢰하면서 어뢰 어느 부위에서 발견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어뢰추진체에서 떼낸 사진 2장만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패류학회측은 국방부가 사용한 성분분석이라는 표현도 맞지 않으며, 자신들은 단지 건네받은 사진 2장을 보고 패류의 종류만 판독해줬을 뿐이라고 밝혀 국방부의 가리비 성분분석 과정도 석연치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패류학회(회장 박영제) 총무를 맡고 있는 이용석 인제대 교수(의학과 기생충학교실)는 8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한참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던 지난 4일 국방부로부터의 '천안함 관련 조개가 발견됐는데 어떤 종인지 판별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사진 2장을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메일로 받은 사진 2장을 보고 한국패류도감 저자이자 패류학회 편집위원장인 이준상 박사, 가리비 전공자인 박영제 박사에 연락을 해서 의견을 나눈 뒤 '비단가리비가 확실하다'는 의견을 보내줬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가리비가 천안함 관련해 발견됐다는 말만 들었을 뿐 어뢰의 어디에 어떻게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고, 어뢰 구멍속에 있었다는 것은 이후에 신문을 보고나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 국방부가 지난 4일 한국패류학회에 보내준 (어뢰속에서 꺼냈다는) 가리비 바깥면. ⓒ한국패류학회  
 
   
  ▲ 국방부가 지난 4일 한국패류학회에 보내준 (어뢰속에서 꺼냈다는) 가리비 속면. ⓒ한국패류학회  
 
또한 국방부가 성분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 교수는 "우리는 사진 2장을 보고 판독한 것일 뿐, 성분분석을 의뢰받은 일도, 성분분석을 한 일도 없다"며 "성분분석이 되려면 마치 알루미늄 산화물인지 여부를 따지듯이 칼슘분석을 한다든가 해야 하는데, 우리는 사진을 보고 어뢰의 종류를 판별(전문용어로 '동정')해한 게 전부다. 성분분석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고, 틀린 말"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로부터 사진 2장 외에 다른 어떠한 자료나 사진 등의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면서 "국방부가 보내준 사진이 어뢰 구멍에서 빼내면서 일부가 잘라진 것인지 어쨌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블로거 '가을밤'이 촬영한 어뢰에 붙은 가리비 사진과 국방부가 제공한 사진이 일치하느냐에 대해 이 교수는 "판별하기 쉽지 않다.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향후 추진체 동영상 찍어놓은 것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다면 국방부가 발표 사진이 어뢰추진체에서 꺼낸 가리비인지 여부에 대해 얘기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뢰 구멍에 들어있는 사진상으로 볼 땐 무슨 가리비인지에 대해 이 교수는 "협회 회원붙들과 상의한 결과 분류학을 전문으로 하는 회원분은 (어뢰추진체에) 박혀있는 상태만으로 비단가리비로 보기는 무리이지만, 참가리비는 아니라고 의견을 낸 반면, 다른 분은 또 비단가리비라고 했다"며 "내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볼 땐 참가리비(큰가리비)는 아닌 것 같지만 샘플로 정확히 정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한 판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1번 어뢰 추진체 스크루 구멍에 붙어있는 가리비 사진. ⓒ블로거 '가리비'  
 
그는 "어뢰구멍에 박혀있는 사진상으로는 종을 판별하기 어렵다"며 "어뢰구멍에 박혀있을 때부터 우리한테 의뢰해서 줬으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선 (모호한) 추측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용석 교수와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이다.

-국방부가 어떻게 의뢰해왔나.
"11월 4일 아침 9시50분에 국방부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전화는 그보다 20∼30분 먼저 왔다. '천안함 어뢰추진체에서 패각이 나왔는데, 이 패각이 뭔지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보지 않고는 말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 사진을 보내주면 판독이 가능한지 보겠다'고 했고, 국방부가 곧 사진 2장이 첨부된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걸 보고 한국패류도감 저자이자 패류학회 편집위원장인 이준상 박사, 가리비만 평생 연구하신 박영제 박사에 연락을 해서 의견 교환을 했다. 우리는 '비단가리비가 확실하다'는 의견일치를 봤고, '비단가리비가 맞다'는 의견을 보내줬다."

-서해에서도 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뒤 2시간 있다가 또 전화가 와서 이번엔 '그 가리비가 서해안에서 나느냐'고 묻길래 다시 상의했다. 나는 확신하기 어려웠지만 박영제 박사와 이 박사는 '당연히 서해에서 난다'고 해서 국방부에 '서해상에는 백령도가 (그 가리비의) 주산지로 돼있다'고 서면으로 보내줬다. 그 뒤에 발표가 난 것이다."

-어떤 사진을 보내준 것인가.
"우리는 어뢰추진체의 어디에 그 가리비가 붙어있는 것인지도 전혀 몰랐다. 추후 신문을 보고 어뢰추진체 구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소 수산물관리검사원 등에서 의뢰받은 것처럼 사진만 보고 의견을 보내준 것이 전부다."

-국방부는 성분분석을 위해 의뢰한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받은 사진으로는 비단가리비가 확실하다고 보지만, 사진 2장을 보고 판독한 것일 뿐이다. 성분분석을 의뢰받은 게 아니라 사진을 보고 가리비의 종류만 판독한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성분분석한 적이 없다."

-그럼 성분분석이라는 표현은 틀렸나.
"국방부가 성분분석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성분분석이 되려면 마치 알루미늄 산화물인지 여부를 따지듯이 칼슘분석을 한다든가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린 사진상 패각의 종류가 무엇인지 판별(전문용어로 '동정')해준 것이다."

-애초에 구멍 안에 가리비가 붙어있는 사진은 보내주지 않았나.
"뜯어낸 가리비만 보내줬다. 뜯어내면서 일부분이 잘라진 것인지, 어땠는지 알 수가 없다."

-어뢰속에 가리비가 있다는 사실을 최초 발견한 블로거 '가을밤'이 촬영한 사진과 국방부가 제공한 사진을 비교하면 두 사진이 일치한다고는 볼 수 있나.
"판별하기 쉽지 않다.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향후 추진체 동영상 찍어놓은 것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다면 국방부가 발표 사진이 어뢰추진체에서 꺼낸 가리비인지 여부에 대해 얘기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블로거 '가을밤'이 촬영한 사진상으로 볼 땐 무슨 가리비로 볼 수 있나.
"분류학을 전문으로 하는 회원분은 (어뢰추진체에) 박혀있는 상태로 봤을 때 비단가리비로 보기는 무리이지만, 참가리비는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다른 분은 비단가리비로 생각된다고 의견을 낸 분도 있다. 내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면 참가리비(큰가리비)는 아닌 것 같다. 샘플로 정확히 정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한 판별하기 어렵다. 참가리비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어뢰구멍에 박혀있는 사진상으로는 종을 판별하기 어렵다. 어뢰구멍에 박혀있을 때부터 우리한테 의뢰해서 줬으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선 (모호한) 추측밖에 할 수 없다."

-참가리비가 아닌 이유는.
"여러 분류방식에 따라 맞춰서 판단한 것이다. 참가리비는 위에 보면 주름이 나있는데, 이 부분이 이렇게 촘촘하지 않다. 참가리비는 국명으로 분류할 때 큰가리비라고 한다."

   
  ▲ 한국패류학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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