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의 취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정보가 유출된 곳이 삼성그룹 쪽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이다. 언론사의 취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도 그렇지만, 재벌그룹이 언론사에 협조자를 심어두고 은밀하게 언론사 내부 정보를 전달받고, 훔쳐보았다고 한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MBC가 자체적인 특별감사에 착수해 지금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보도전산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사원이 이직한 MBC 사원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직한 사원의 아이디를 폐쇄하지 않고 그대로 둬 삼성 관계자가 이 아이디를 이용해 MBC 보도국의 내부 정보 등을 줄곧 들여다 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악스러운 일이다.

MBC가 내부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심증을 갖고 내부 감사에 착수하게 된 경위를 보면 이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MBC 기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취재해 보고한 정보들이 곧바로 증권가 정보지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게재되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지난 7월말 개각을 앞두고 총리와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른 인사들에 대한 취재 정보가 곧바로 증권가 정보지에 실린 것이다. 또 보도편성표에 삼성과 관련된 보도가 잡히면 삼성측에서 곧바로 전화를 걸어온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급기야 기자들이 내부 정보의 유출 의혹에 대해 감사를 요청해 이번에 그 실상의 일부가 드러나게 됐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MBC 내부 정보를 염탐한 것이 다른 곳도 아니고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 쪽이라는 점이다. 삼성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일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직원의 개인적인 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MBC 기자들이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편성표에 삼성에 민감한 기사가 있을 때 삼성측 관계자가 즉각 전화를 걸어오거나 한 것은 MBC 내부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MBC 출신 삼성 사원이 MBC에 협조자를 두고 지속적으로 내부 정보를 입수해 온 것을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보기 어렵다.

MBC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삼성의 MBC 내부 정보 수집이 사실이라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면서 “삼성은 더 늦기 전에 자체 조사해 그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모든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당연한 요구다.

MBC는 자체 조사를 통해 내부 정보 유출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정보 유출자의 메일 내용 등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가 적극 협조한다면 메일 내용 확인 등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MBC로서는 형사 고발을 통해서라도 그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은 단순히 MBC 내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 그룹이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은밀하게 언론사 내부 정보를 염탐하고 이를 활용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경우 MBC로서는 검찰이 MBC 내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설령 그런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재벌그룹의 부당한 정보 수집의 실체 여부를 밝히는 것을 더 우선해야 할 것이다. 또 MBC 내부의 정보 유출자가 어떤 대가를 받고 정보를 유출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MBC 내부 정보 유출 사태는 언론사 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무엇보다 내부 정보가 외부로 새고 있는 언론사에 어떤 취재원이 믿고 제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언론사의 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과 함께 언론 종사자들의 직업윤리 함양을 위한 방안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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