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4일 ‘청와대 대포폰’ 등 청와대가 불법사찰에 개입한 정황을 수사결과 발표 때나 재판 과정에서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의혹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쏟아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 차장은 또 불법사찰의 ‘윗선’이라는 의혹을 산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는 ‘대포폰’ 관련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개입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느냐를 놓고 의구심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설명은 의구심만 더하고 있다(경향신문).

'청와대 대포폰' 파문을 계기로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재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며 연일 압박공세를 가하는 야권은 물론, 여권 인사들마저 재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 검찰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물론, 검찰이 이번 사건의 '몸통'을 밝혀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한국일보). 다음은 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검찰 이중성’ 논란>
국민일보 <여도 “재수사하라” 민간인 사찰 파장>
동아일보 <“의원에 후원금 공문” 농협 입법로비 수사>
서울신문 <몰아치던 대기업 수사 잠정중단>
세계일보 <환율전쟁 ‘불씨’ 되살아나나>
조선일보 <‘환율급변’ 경계령 주가는 연중최고>
중앙일보 <중견기업 150곳 고강도 세무조사>
한겨레 <검사출신 야당의원도 “사찰 재수사하라”>
한국일보 <이번엔 미국발 환율전쟁 먹구름>

한국일보는 3면에서 “7월5일 국무총리실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두 달간 수사를 진행했으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오로지 지원관실 소속 7명만을 불법사찰 또는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며 “민간인 사찰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윗선'이 누구인지, 청와대 비선 보고가 실제로 행해졌는지 등 핵심 의문들이 그대로 남아 ‘깃털만 뽑았다’는 비아냥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 모든 것은 무엇보다 한발 늦은 총리실 압수수색으로 핵심 증거들이 파괴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수사종결 이후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인규 전 지원관은 재판에서 "이강덕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에게 수시로 구두 보고했다"고 진술했고, 지원관실의 사건대장에는 'BㆍH(청와대) 하명'이라고 기재된 파일이 존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점검1팀 소속 직원의 수첩에서도 'BㆍH 지시사항'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급기야 지난 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원관실의 증거인멸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제공한 대포폰이 사용됐다"는 결정타가 터졌다.

한국일보는 “상식적으로 볼 때, 청와대가 이번 사건과 관계없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그러나 검찰은 ‘(뒤늦게 제기된 의혹들은) 수사과정에서 모두 살펴봤던 내용들이다. 새로운 게 아니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검찰의 ‘이중잣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검찰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을 여럿 확보하고도 수사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다”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청와대 개입 정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PD수첩’ 사건 등에서 공소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적 내용까지 공개했던 종전 태도와 극명하게 대조된다”며 다음 사례를 제시했다.

검찰은 2009년 6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며 작가가 지인에게 보낸 e메일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4월 한명숙 전 총리의 5만달러 수수 의혹 공판 때는 한 전 총리 아들 박모씨(25)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사진첩과 일기장 내용까지 법정에서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신문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재수사를 공개 촉구한 홍준표 최고위원의 말을 전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권력 비리로 망하지 않으려면 이런 사건은 재수사해 확실히 응징해야 다른 권력 비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병수 최고위원과 민간인 사찰의 피해 당사자인 정두언 최고위원도 가세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법적인 대포폰이 동원됐다’는 문제 제기 이후 민간인 사찰 문제를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기류 뒤에는 이 문제를 이번에 깨끗하게 풀지 않으면 차기 총선이나 대선 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에 ‘빅 브라더’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30, 40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불법사찰 개입의혹 수사 더 뭉개면 안된다>에서 “부실 수사 및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과 청와대는 시간을 끌며 마냥 뭉개고 있다”며 “검찰은 권력 중심을 겨냥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는 수사 불개입 원칙을 방패삼아 검찰로 공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없다”며 “청와대가 직접 검찰에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동아일보의 사설 <거짓말 흑색선전, 반민주·반국민으로 응징해야>는 뉘앙스가 묘하다. 동아일보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과 관련한 정부의 태도 역시 떳떳하지 못하다”며 “검찰과 이 장관이 뭔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나라당 지도부조차 재수사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선 상황”이라고만 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6면 기사 <이영호 전 비서관, 지원관실 출범 신고식 참석했었다>에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를 받아온 '비선 라인'으로 지목됐던 청와대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2008년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 신고식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8년 7월 총리실 산하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발족한 뒤 업무에 들어가면서 한승수 당시 총리에게 신고식을 했다. 이 자리에 이영호 당시 비서관이 지원관실 직원들과 함께 참석했다고 복수의 총리실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비서관이 지원관실 발족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이후 지원관실 업무에도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지원관실에 '청와대 차명전화'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최모 행정관이 이 전 비서관과 같은 팀에 있었다는 점도 '비선 라인'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은 그동안 “지원관실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원관실 일부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비서관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진경락(구속)씨가 지원관실 발족 당시 기획총괄과장으로 배치돼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이 전 비서관을 조사한 검찰은 청와대 측이 불법 사찰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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